인터넷 중독에 대해
내가 사는 이 지역도 확실히 겨울이 왔다. 그동안 간간이 눈이 내리더니, 오늘 하루종일 눈이 내린다. 적은 양이 지속적으로 내려 그다지 바닥에 쌓이지 않지만, 하루종일 눈이 내리는 것은, 올 겨울 들어 처음이라 문득 감상에 잠긴다. 밖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눈이 내리는 것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본다. 한가하다. 좋다. 따뜻하다. 행복하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보다가, 내가 이렇게 한가롭게 내리는 눈을 바라본 적이 언제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그런 기억이 없다. 그동안 삶이 바쁘긴 했지만, 눈의 나라 캐나다에 살며, 눈 내리는 것을 한가롭게 바라본 기억이 최근에 없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그래서, 그동안 나의 하루동안의 삶을 천천히 되돌아보았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고, 돌아와 인터넷 하고, 저녁 먹고 자기 전까지 인터넷 하고 잠이 든다. 간혹 그날 꼭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퇴근 후 아니면, 주말에 그 일을 몰아서 한다. 생각해 보니, 아무리 바쁜 날에도 거르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취침 시간을 조금 미루더라도, 인터넷을 한다. 인터넷을 통해 이런저런 정보도 얻고, 필요한 자료도 다운로드하고, 필요한 작업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그저 내가 관심 있는 내용을 계속 볼뿐이다. 재미에 빠저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취침시간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 시간을 통해, 그나마 잠시 힐링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딱 한 시간만 내리는 눈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기로 결심한다. 오늘 꼭 해야 할 일도 없으니 시간은 정말 많다. 그까짓 한 시간쯤이야... 따뜻한 커피를 계속 마시며 내리는 눈을 바라본다. 그런데, 십 분도 지나지 않아 마음이 뭔가 불안하다. 딱히 할 일은 없지만, 뭔가 해야 할 것 같다. 뭐라도 해야 한다. 아니, 내가 알아야 할 새로운 정보와 뉴스가 어느새 인터넷에 올라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내 옆에 있는 셀폰을 켠다. 유튜브를 연다. 그러자, 불안이 사라지고 마음이 안정되고 몰입을 느낀다. 알고리즘을 따라, 내가 좋아하는 내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된다. 눈 내리는 바깥은 잊고, 인터넷 현실에 빠져든다. 셀폰 속이 나의 현실이다.
이제, 벗어나려 한다. 셀폰에서 알람이 울리면, 반사적으로 끈다. 하루 인터넷 사용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만큼만 인터넷을 사용한다. 그 이후에, 마음이 불안하면 그냥 아무 일이나 한다.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불평했는데, 알고 보니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의 소중한 시간을 쓰레기로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