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와 기대
2024년이 지나고 2025년이 되었다. 자고 일어나니 연도가 바뀌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지 않는데, 세상은 새로운 출발점을 찍고 다시 시작한다. 뭐가 달라진 것일까? 나에게 어제와 오늘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내가 해결해야 하는 고민들은 새해가 되었다고 없어지지 않고, 갑자기 나 자신이 새롭게 나아지지도 않았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살면서 수많은 새해를 맞이했고, 그때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무언가 달라질 새해를 기대하며 부푼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곤 했다. 작년까지 그랬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힘든 기억들로 가득 차 있다. 좋고 행복했던 기억이 없다. 작년의 시작은 몸살 때문에 한 주 동안 집안에서 꼼짝 못 했던 기억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후 아내가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으로 며칠 동안 일을 하지 못했다. 몇 달 후, 일하다가 내가 손가락을 크게 다쳤고, 그 이후 자동차가 갑자기 고장 났고, 냉장고가 갑자기 고장 나 교체하고, 다시 내가 몹시 아팠고, 아내도 이가 아파 한동안 치료받고, 자동차 배터리 방전으로 차가 돌연 서 버리고, 마지막으로 집 보일러가 고장 나 교체했다. 식구들이 아팠고, 내가 일하다가 다쳤고, 자동차가 계속 고장 났고, 집 냉장고와 보일러를 교체했다. 그 모든 일이 연달아 발생하더니, 연말에 내가 직장에서 해고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모든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 해를 돌아보며 반성을 하고, 새해를 맞이하며 기대를 한다고 하지만, 올해부터 나는 반성만 하고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2024년 나의 삶을 곰곰이 되짚어보면 반성할 거리들이 많다. 일어난 수많은 일들 중에 내가 막을 수 없는 것들도 있지만, 미리 막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던 일들도 있다. 미련하게 버티다 일이 더 커졌다. 어떻게든 내 손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아질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결국 시간과 돈의 낭비를 초래했다. 그래서, 올해엔 어쩔 수 없는 일에 지나치게 낙담하고 절망하고 우울해하지 않고, 나의 삶이 저절로 나아질 것이라는 착각을 하지 않겠다. 저절로 삶이 막연히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결국 원망과 절망으로 끝나기 쉽기 때문이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 무언가 저절로 내게 주어진다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어줍은 기대보다 내가 나의 삶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노력해야 한다. 내가 나 스스로를 바꾸지 않으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 반성은 많이 하고, 기대는 전혀 하지 않기. 이것이 올해 나 자신에 대한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