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이민이 후회될 때
캐나다 이민은 오로지 나의 선택이었지만, 이민 전에 미리 생각지도 못했던 몇 가지 사실들이 가끔 나의 선택을 후회하게 만든다. 기대와 현실 사이엔 늘 커다란 차이가 있고, 모든 것을 미리 예상하고 일을 시작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민과 관련한 이런 후회들을 겸손히 받아들인다.
이민 후, 나의 사회적 위치가 아주 낮은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사회계층으로 보면 가장 밑바닥이다. 이민 오기 전, 한국에서의 나의 사회적 위치는 얼추 중간 정도는 되었기에, 이민 후 갑자기 추락한 나의 사회적 위치와 환경을 인정하기 몹시 힘들었다. 열심히 노력하면 한국에서 살던 사회적 지위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나의 현실은 늘 영어 못하는 이민자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사는 한, 평생 그 지위를 못 벗어날 것이라는 사실도 안다. 내가 한국에서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지위에서 살았든지, 캐나다에선 그저 그만한 이민자 처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민 1세대는 영어를 잘하든 못하든, 돈이 많든 적든, 그저 영어 조금 하는 돈 좀 많은 이민자일 뿐이다. 캐나다 사회와 문화에 스며들 수 없다.
또한, 이민자이기 때문에 생활반경이 매우 좁아진다. 만나는 사람들이 비슷한 처지의 한국 이민자들이나 혹은 다른 나라 이민자들로 축소된다. 그 이상으로 교제범위를 늘리거나 생활반경을 늘릴 수 없다. 일단, 캐나다 현지 사정에 어둡고,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서도 무지하다. 일과 가족 그리고 한국커뮤니티에서 만나는 사람들로 인간관계의 폭이 확 줄어든다. 한국 커뮤니티는 캐나다 사회에서 존재하는 수백 개의 크고 작은 이민자 커뮤니티 중의 하나일 뿐, 캐나다 주류사회는 아니다. 수백 개의 섬들 중의 한 곳에서 평생 머물러 사는 것과 비슷하다. 한국 이민자들과 대화하고 한국 방송을 보고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물건을 사용한다. 일할 때만 잠시 영어를 사용할 뿐, 하루의 나머지 시간들을 한국문화 안에서 산다. 살고 있는 장소만 캐나다일 뿐, 한국에서의 삶과 비슷하다. 하지만,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이 캐나다 이민 왔을 때의 시점에 고정되어, 발전이나 변화 없이 화석처럼 굳어있다.
그리고, 같이 이민 온 자녀가 성장하면 결혼문제가 닥친다. 자녀들이 자라온 환경도 언어도 캐나다인이기에, 부모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외국인과 결혼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한국인 2세들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어 만남의 기회 자체가 적고, 한국인 2세끼리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이어지는 일은 드물다. 개인적으로 내 자녀가 외국인과 결혼한다면, 결혼 후에도 나는 자녀들과 그리고 손주들과도 지속적인 관계를 가지길 원하기에,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몹시 걱정이다. 이민 당시에는 미처 이런 생각을 못했는데, 자녀들의 결혼시기가 점점 다가오니, 요즘 이런 고민을 종종 한다. 현실적으로, 한국인 2세보다 외국인과 결혼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동안 자녀의 교육만 생각했지, 자녀들의 결혼시기에 이런 고민을 할지 미처 예상 못했다.
위에서 열거한 후회들은, 이민 1세대들이 모두 지금 겪고 있고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다. 혹시 캐나다이민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런 면도 있음을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