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 좋다

캐나다에서 아직 현금을 사용하는 이유

by 숲속다리

올해 한국에 다녀왔던 아내가 기껏 바꿔간 한국돈을 쓸 수가 없었다. 현금을 받는 곳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동네 전통시장도 카드만 받고, 카페에 가서 현금을 내니 종업원이 대놓고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잔돈을 거슬러주는 것이 귀찮았는지, 아니면 거슬러줄 현금이 없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한국에서 현금을 사용하는 일이 무척 불편했다고 한다. 반면에, 캐나다는 어떤 마켓을 가든 현금을 받는다.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는 물론이고, 코스트코와 월마트 같은 대형마트도 현금을 받는다. 캐나다에서 현금을 사용하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현금으로 지불하면 5-10% 할인을 해주는 가게들이 많다. 가게 안에 들어가면, 현금 지불 시 몇 퍼센트의 할인을 해준다고, 카운터에 써놓은 가게들이 많다. 특히, 여러 명이 함께 간 식당에서 현금 할인을 받으면, 절약한 금액이 함께 커피 한잔 사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양이 되어, 공짜 커피를 사 먹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그것을 바라고, 식당을 갈 때 은행에서 일부러 현금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가게 주인도 카드 수수료만큼 돈을 아낄 수 있어, 크레디트 카드보다 현금을 받는 것을 더 좋아한다. 가게 주인과 손님 모두 행복한 거래다.


다음으로, 크레디트 카드로 물건 값을 지불하면, 2-3%의 추가금액을 요구하는 가게가 있다. 현금이나 현금카드로 지불하면 가게 주인이 온전히 돈을 다 받을 수 있지만, 크레디트 카드로 지불하면 카드 수수료를 뺀 금액을 받으니, 주인입장에서 그만큼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레디트 카드로 지불하면, 손님이 카드 수수료만큼의 금액을 지불하라는 뜻이다.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경우, 크레디트 카드로 지불하면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하니까, 가능하면 현금이나 현금카드로 지불하도록 유도한다. 이런 가게는 다른 상점들보다 개당 마진을 줄여, 박리다매로 파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카드 수수료까지 내고 나면, 이익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그런 요구를 한다. 이런 경우 현금으로 지불하면, 필요이상의 금액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으로, 불필요한 과잉 소비를 억제할 수 있다. 당장 내 손에 돈이 없어도, 크레디트 카드로 충동소비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금을 들고 다니면, 가진 돈 이상의 소비를 할 수 없다. 무엇보다, 내 손안에 있던 돈이 점점 줄어드는 고통을 직접 느끼니, 충동소비 억제에 도움이 된다. 이런 이유로, 많은 캐나다인들이 일부로 현금으로만 물건을 사는 사림들이 있다. 캐나다는 한국과 달리 무이자 할부가 없기 때문에, 이번 달에 과한 소비를 하면, 다음 달에 전액을 갚거나 리볼빙을 하게 되어 금전적 부담이 늘어난다.


그래서, 난 지갑에 일정금액의 현금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 그리고, 간혹 가게의 카드 단말기가 고장 났다는 이유로, 일시적으로 현금만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필요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일부러 근처 은행까지 가서 돈을 인출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차이나 타운이나 중국사람을 주 고객으로 장사하는 가게는 대부분 현금만 받는다. 그곳에서 가성비 좋은 음식이나 물건을 사는 재미를 느끼려면, 현금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지갑에 돈이 두둑이 있으면, 기분이 좋고 든든하다. 아직까지 캐나다에서 크레디트 카드 없이 살 수 있지만, 현금 없이 사는 것은 제법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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