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 때만큼 돈을 벌지 못한다.
캐나다 이민후 얼마동안, 기대와 걱정이 뒤섞인 혼란한 시간을 보낸다. 드디어, 캐나다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실감하면서, 앞으로 제대로 정작해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함께 혼재된 시기고, 그렇지만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이 새롭고 신기한 몹시 흥분된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정착 초기에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서두르지 마라. 이민 오자마자 빨리 처리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대부분 이미 가지고 왔을 것이다. 그것들을 하나씩 천천히 하면 된다. 정착은 결코 경쟁이나 순위싸움이 아니다. 각자가 이민 와서 이루려는 목표를, 각자의 속도로 이루면 된다. 옆사람을 쳐다보며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성취하기 위해 달릴 필요가 없다. 기꺼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 하나씩 정착에 필요한 경험을 쌓으면 된다. 앞으로 수십 년을 이곳에서 살 생각이라면, 자신이 왜 이민을 선택했는지, 이민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것에 맞춰 방향과 목표를 정하고 꾸준히 살아가면 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보다, 어디에 도달할 것인지,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
둘째, 초기 생활비용을 최소화해라. 토론토에 도착하자마자 하우스나 콘도를 렌트하고, 자동차 한 대를 할부나 리스로 구입해 생활을 시작하면, 일단 고정비용으로 월 $4,000-5,000(4-5백만 원)이 든다. 거기에 여러 가지 생활비를 더하면, 매달 $7,000-8,000(7-8백만 원)이 든다. 이만큼이 정착초기 비용으로 일단 고정되면, 이후에 그 이하로 생활하기가 힘들다. 이 정도의 생활수준이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민자가 매달 그 정도 돈을 벌 수 없다. 그 결과, 가져온 돈이 자꾸만 줄어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수준을 낮추지 못한다. 살다 보면 생활비는 늘어날 뿐, 절대 줄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착 초기에 허름한 아파트를 렌트하고, 직장을 잡고 난 후 자동차가 꼭 필요하면, 그때 중고차를 구입해라. 힘들어도 그렇게 시작해서 1년만 참고 살면, 대부분 그 생활수준에 적응한다. 도저히 적응이 안 되는 부분만, 나중에 돈을 들여 바꾸면 된다. 이민 후에 경제적인 안정을 이루는 시기까지 대부분 상당히 오래 걸린다. 그 시기까지 생활비로 사용해 사라진 돈은, 그 이후에 절대 다시 채우지 못한다. 처음엔 구질구질하고 불편한 삶이지만, 자신들의 노력으로 생활이 조금씩 나아질 때마다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고, 계속 노력할 동기가 생긴다.
셋째, 돈이 있다는 티를 내면 안 된다. 이민 초기에 자신의 금전상태를 부풀리거나 자랑하는 짓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짓을 하면, 당신에게 먼저 다가와 친절하게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들 대부분은, 어리숙한 당신을 이용하기 위해 아첨을 떠는 사람들뿐이다. 당신이 돈이 없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진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 중에 진정한 친구가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한국에서 아무리 많은 경력과 경험이 있었을지라도, 이곳에서 당신은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일 뿐이고, 그 사실을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이민 초기, 시간이 많을 때 돈이 아니라 시간을 이용해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고, 가족 간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라. 이민 초기가 가족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시기다.
이곳에서 한국에서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한국보다 훨씬 많은 돈을 태워야 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 매달 사용하는 돈을, 이곳에서 절대로 벌 수 없다. 차라리, 지금 쓰는 생활비를 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반은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낫다. 지금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수십 년 후 자신의 모습을 결정한다. 캐나다 사람들이 한국 사람보다 검소한 것은, 한국 사람보다 돈을 못 벌어서가 아니라, 기본 생활비가 한국에 비해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비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곳에도 사치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당신은 그 사람을 따라 해서는 안된다. 지금 캐나다로 굴러 떨어진 당신은, 앞으로 얼마동안 돈을 못 벌지, 그래서 가져온 돈을 얼마큼 까먹을지 모르는, 미래가 몹시 불확실한 한낱 이민자다. 그리고, 혹시 나중에 한국만큼 이곳에서 돈을 벌어도, 한국만큼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 이곳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