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 스톰
오늘 오전 늦게부터 눈이 내린다는 사실은, 일기예보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침 출근할 때 눈이 내리지 않았고, 나중에 눈이 내려도 밖의 온도가 낮지 않아, 내린 눈이 쌓이거나 얼지 않으니 별로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올해는 유난히 눈이 자주 내려, 눈소식에 대해 이미 마음이 많이 무뎌지기도 했다. 회사 안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기예보대로 창밖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오후까지 쉬지 않고 계속 내렸다. 이따금 세찬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모습도 보였다. 회사밖 주차장에 점점 눈이 쌓인다.
점심식사 후 일을 시작하려 할 때, 하던 일을 중단하고 빨리 퇴근하라는 지시가 내렸다. 어느새, 창밖으로 내리는 눈발도 굵어지고, 길 위에도 제법 많은 눈이 쌓여있었다. 아무래도 눈이 더 쌓이기 전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하던 일을 대충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겨 회사를 나왔다. 신발이 눈 속으로 푹 빠지고, 야외주차장에 세워놓은 내 차 위에 눈이 한가득 쌓였다. 게다가 휘날리는 눈이 세차게 내 빰을 때린다. 차에 쌓인 눈을 쓸고, 앞유리창에 얼어붙은 성에를 긁어냈다. 눈 위를 천천히 운전해 집으로 향한다. 아직 퇴근시간이 아니라 길 위엔 차량들이 많지 않지만, 모두 거북이걸음으로 느리게 운전하고 있다. 자동차 앞유리를 때리는 세찬 눈보라를 뚫고 집으로 갔다.
오후 늦게 눈이 그치고, 동네와 길이 온통 하얗게 변했다. 밤새 제설차가 눈을 치우고 나면, 내일 출근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출근하러 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아차 싶었다. 밤새 제철차가 밀고 간 커다란 눈턱이 드라이브웨이를 막고 있다. 어젯밤에 치우고 잤어야 했는데, 깜박한 것이다. 집 앞을 막고 있는 눈턱을 보니, 다행히 딱딱하게 얼지 않았고, 높이도 그다지 높지 않아, 차로 세게 밀고 가면 부서지며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차에 쌓인 눈만 쓸고, 엑셀을 세게 밟아 출발했다. 그런데, 차가 눈턱을 넘지 못하고 멈춰 헛바퀴만 돈다. 안 되겠다 싶어 후진하려 해도 헛바퀴만 돌뿐 꼼짝도 않는다. 할 수 없이 차에서 내려, 일단 앞바퀴 쪽에 쌓인 눈만 부지런히 치우기 시작했다. 바퀴만 헛돌지 않으면, 어떡하든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앞바퀴 쪽 쌓인 눈을 치우고 후진을 하려 했는데, 계속 헛바퀴를 돌뿐 차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상해서 내려 자세히 보니, 차 앞쪽이 눈 속에 푹 박혀 빠지지 않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차 앞쪽의 눈도 치우는데, 바퀴 쪽보다 양이 훨씬 많아 빨리 치울 수가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눈턱을 치울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되고 치우는 시간도 더 많이 걸리게 되었다. 시간이 자꾸 지체되니, 지각할까 마음은 급하고, 급한 마음만큼 빨리 치울 수도 없다. 쌓인 눈 전부는 못 치웠지만 이 정도면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차에 올라타고 차를 앞뒤로 계속 움직였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미끄러지듯 비껴 넘어갔다. 급한 마음에 그대로 회사를 향해 차를 몰았다. 평소보다 10분 정도 늦게 나왔을 뿐인데, 도로에 나온 차량은 평소보다 눈에 띄게 많다. 출발시간도 늦고 출근까지 걸린 시간도 더 길었지만, 간신히 늦지 않게 회사에 출근할 수 있었다.
일하다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린다. 빗속에 퇴근해 집에 오니, 아침에 생난리를 쳤던 눈덩이가 비에 녹아 물웅덩이로 변해있었다. 하지만, 일기예보에 따르면 밤새 다시 눈이 내린다고 하니, 내일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집 앞 상태를 꼭 살펴야겠다. 올해는 정말 유난히 눈이 자주 많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