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애기가 된 지 삼 년째
잠시 필생의 시간이 와
정신이 맑아져 옹알이한다
팔 남매 맏이, 엄마에게 놀기만 한다고 지독한 욕 얻어먹고 물바가지 세례 받으며 니들 살피던 그때가 지난다
운다 눈물 없이
거침없는 니들이라서 좋다
막내는 시집가지 말라고 장롱을 걷어찼고
나는 지하셋방 살림에 몇 년 얹혀살았다
잠깐씩 들고 나는 시간에 새겨진 멍이
길게 이어지지 않아 아프다
누이는 지독하게 일만 할 줄 알아서
잘 울 줄 모르던 사람
쌓였던 티끌이 씼겨지는
입춘비가 온다
뜻 모를 시간
기억은 휘발되고 누이의 각질 발
사금처럼 씻겨 차다
골 진 곳으로 소리 없이 빗물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