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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향

by 김규성

유독 그 날 만큼은 어디서 무슨 조화가 일어났는지 아침밥을 거르고, 일 나가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언제는 무슨 맘인지 생전 하지 않는, 꽃을 사 오고 보고 싶다 사랑한다 말까지 했던 거라


일이 바빠서 사는 게 바빠서 살피지 못한 아이고, 죽어서도 얼굴에 묻은 거망은 무어고 손에 낀 장갑은 무에며 가방에 둔 컵라면 책을 또 이렇게 곁에 뒀단 말인가


주지 못한 손길과 마음 온갖 것이 가슴에 걸려 풀리지 않는 응어리 핏줄에 돌다가 아침 해 붉게 떠오르는 시간 이슬 젖은 풀잎이거나 저녁 지는 해 붉은 물 드는 시간 구부정하게 수그린 대궁이 그렇게 한 속이더라


이게 무슨 신화가 되고 특별한 영웅살이 얘기겠냐만 흉이랄 것도 재미랄 것 없이 그저 산골 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합수머리에 묻어 두었다가 잊어버린 먼 훗날에


그날처럼 아침밥 못 먹고 젖은 머리 뒤 돌아보지 못하고 뛰어나가는 날 대충 씻은 얼굴에 바르는 향이 되거나 분이 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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