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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화

by 김규성

우리 동네에 오래된 느티나무

그늘만 좋을 뿐

꽃은 먼 곳에 피는지 볼 수가 없고

열매는 하 지난 시간 미래에 있다고 한다


한 무리의 사람들 주말농장에서

꽃을 재운다

열매는 따서 끓이기도 하고 데우기도 하며

목마름을 참아가며 따라 담는다

신록에 땄다 하고 바람을 거르며 햇볕에 고았다고 한다

각자 열심히 무공해를 저장 중이다


별나게도

볼품없이 헐렁한 프로축구 선수 유니폼 차림의

사내가 잦아든다

따라 마시는 뜨뜻미지근한 물이

실패하기도 하고

별 맛이 없이 밋밋하게 담아내기도 하는 그의 생활 솜씨


오이 하나 뚝 분질러 건네주었다

그저 거무튀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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