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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집을 사지? 직접 지으면 싼데...

56화 바닥 덮기 전, 반드시 챙겨야 할 두 가지

by Wooden Maker 배원열

'작은 준비가 수십 년을 버틴다.'

집을 지으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이거, 미리 해둘 걸…” 하는 아쉬움이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하는 공정들이 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건축 전문가들도 늘 강조하는 두 가지, 앙카 작업과 방청 작업을 이야기하려 한다.


1. 앙카 작업 – 기초와 골조를 하나로 묶다.


건물의 뼈대를 아무리 튼튼히 세워도, 기초와 제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바람이나 미세진동에 약해질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앙카 작업이다.

전문가들이 앙카를 ‘숨은 버팀목’이라 부르는 이유가 있다.
앙카는 단순히 철물을 박는 게 아니라, 기초석과 구조물을 일체화시키는 핵심 장치이기 때문이다.
설계도면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실제 구조 안전에서는 뺄 수 없는 요소다.

나는 이번에 스테인리스 세트앙카(연부 규격, 1/2인치)를 선택했다.
이는 베이스플레이트 구멍 직경(20mm)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타공: 로터리 함마드릴로 17mm 드릴비트를 사용

삽입: 앙카볼트를 구멍에 넣고, 앙카펀치로 단단히 고정

체결: 평와셔 → 스프링와셔 → 앙카너트 순으로 조여 마무리

이 과정을 거쳐 기초석과 골조는 더 이상 따로 움직일 수 없는 하나의 구조물이 되었다.
실제로 현장 전문가들도 “앙카를 소홀히 하면 건물 전체의 안전이 흔들린다”라고 말한다.
비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릴지 모른다는 불안을 없애주는, 보이지 않는 안심장치인 셈이다.


2. 방청 작업 – 철과 시간의 싸움


철골 구조물에서 가장 큰 적은 ‘녹’이다. 녹은 단순히 보기 흉한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 강도를 갉아먹고, 결국은 건물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전문가들은 “철강은 시공 직후부터 방청 관리가 시작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특히 용접부위는 열로 인해 표면 보호막이 사라져 녹 발생 속도가 일반 부분보다 훨씬 빠르다.

나는 골조공사 중간에도 틈틈이 쇠솔로 녹을 제거 했고, 녹이 스미지 못하도록 방청도료를 흘러내릴 정도로 듬뿍 도포했다. 겉만 대충 칠해선 소용이 없다. 도료가 틈새 깊숙이 스며들어야 비로소 효과가 있다.

작업자 입장에선 허리도 아프고, 손도 고되고, 겉으로 보이지 않으니 “나중에 하지 뭐” 싶은 유혹이 크다.
하지만 시공을 직접 해본 입장에서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지금 안 하면, 나중엔 손댈 수 없다. 바닥 판재를 덮고 나면 더는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보이지 않는 준비’이다.
'기초석과 골조를 연결하는 앙카, 철을 지켜내는 방청'
이 두 가지는 건물의 겉모습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수십 년 뒤에도 건물이 안전하게 버티도록 만드는 숨은 설계자다.


“건축은 눈에 보이는 미학보다, 보이지 않는 안전에서 시작된다.”
이 말이 현장에서 오랫동안 내려오는 이유를, 몸으로 다시 느꼈다.


다음 글에서는 바닥을 덮기 전 또 다른 준비 작업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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