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을 막아라!!
집을 짓다 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집의 수명을 갉아먹는 적이 있다. 바로 습기다.
기초와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은 시간이 지나면 곰팡이, 뒤틀림, 자재 부식으로 이어진다.
이 작은 적을 잡지 못하면 집은 서서히 약해진다.
그래서 건축에서는 바닥 마감 전에 반드시 습 차단 공정을 챙기는 것이 정석처럼 자리 잡아 있다.
토양 속 수분은 모세관 현상에 의해 구조물 내부로 이동한다. 그 결과 마감재가 변형되고, 곰팡이가 피며, 구조체가 부식된다. 이를 막으려면 방습층 + 방수층을 적절히 시공해, 땅에서 올라오는 수분을 바닥에서 차단해 주어야 한다.
이번 공정에서 사용한 자재는 흔히 '하우스 비닐'이라고 불리는 건축용 PE 시트다.
성분 :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또는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특성 : 인장강도가 높고, 습기 차단력이 뛰어나며, 내후성과 내약품성도 우수하다.
용도 : 농업용 비닐하우스, 콘크리트 양생용 시트, 건축 현장 방습·방수 시트
규격 : 두께 0.1~0.2mm (건축 현장에서는 0.15mm를 가장 많이 사용)
지면과 떨어져 있고 콘크리트를 타설 하지 않은 이번 외부창고 구조는 특히 습 관리가 중요했다. 그래서 나는 비닐을 먼저 깔고, 그 위에 OSB 합판을 얹기 전 아스팔트 프라이머를 도포하는 방식으로 이중 차단을 하기로 했다.
비닐은 크고 튼튼해서 웬만해서는 찢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펼치고 고정하는 게 만만치 않다. 그날은 아내와 두 아들이 함께 도와주었는데, 넓은 비닐을 잡고 당기고 붙이는 작업은 온 가족이 힘을 합쳐야만 가능했다.
중심선을 먼저 잡는다.
길이 방향을 팽팽하게 당겨 고정한다.
폭 방향도 같은 방법으로 당겨 고정한다.
마지막으로 대각선까지 잡아당겨 전체를 팽팽하게 만든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과정을 제대로 해야 결과가 깔끔하다. 건축에서 “순서와 방법”은 곧 품질과 안전이다.
바닥재로 선택한 자재는 OSB 합판 18T T&G다.
구성: 나무를 길쭉하게 잘라 압착한 조각을 방향성 있게 적층 한 뒤, 페놀-포름알데히드 수지나 PMDI 접착제로 압착
특징: 강도 대비 경제성이 뛰어나고, 대형 패널 제작이 가능하다. T&G 가공으로 맞물려 틈이 벌어지지 않는다. 북미, 유럽에서는 바닥·벽·지붕에 널리 쓰인다.
주의점: 습기에는 상대적으로 약하므로 반드시 방수 보강이 필요하다.
문제는 역시 가격이었다. 코로나 이후 자재값이 폭등해 웬만한 합판은 상상 이상으로 비쌌다. 하지만 며칠간 발품을 팔고 검색을 반복한 끝에, 인천의 한 창고에서 코로나 이전 물량을 발견했다.
조건은 “현금 결제 + 직접 가져가기.” 그 순간만큼은 하늘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발품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컴퓨터 앞에서 정보를 찾는 것도 발품이고, 직접 뛰어다니며 발로 확인하는 것도 발품이다. 이번엔 두 가지 발품이 모두 제 역할을 했다.
아스팔트 프라이머, 보이지 않는 방패
OSB를 가져온 뒤 바로 방수 작업에 들어갔다. 사용한 것은 아스팔트 프라이머다.
성분: 석유 정제 후 남은 아스팔텐, 레진 같은 중질 탄화수소를 휘발성 용제에 녹인 것
특징: 점착력이 뛰어나 목재·콘크리트·철재 어디든 잘 달라붙는다. 건조 후에는 치밀한 피막을 형성해 수분 투과를 차단하고, 후속 방수재의 접착력을 높여준다.
용도: 옥상·지하실 방수, 합판·OSB 방습 처리, 철재 부식 방지
20장의 OSB 합판 위에 프라이머를 꼼꼼히 도포했다. 따뜻한 날씨 덕분에 도료가 잘 흡수됐고, 현장에는 특유의 아스콘 냄새가 가득 퍼졌다. 신기한 건, 평소에는 싫었던 그 냄새가 내 집을 지킨다고 생각하니 향기처럼 느껴졌다는 점이다.
이번 공정은 비닐로 습을 막고, OSB로 구조를 만들고, 프라이머로 방습을 보강하는 ‘3단계 방어벽’을 쌓은 셈이다. 보이지 않는 바닥 한 겹이지만, 이 작은 준비가 집의 쾌적함과 수명을 크게 좌우한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다음 편에서는 드디어 1층 바닥에 OSB 합판을 직접 깔아 올리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