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일터의 모습, 서툴지만 이어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019년 말, 김포시 구래동으로 공장을 옮긴 유림목재.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도 잠시, 곧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쳤다. 길어진 비대면 일상으로 이전 소식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했고, 지금도 종종 예전 공장 주소를 묻는 전화가 온다. 그나마 회사 전화번호라도 그대로여서 다행이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상황이 달랐다. 설계 도면을 놓고 대면 회의를 하고, 현장에서 직접 목재 색감과 질감을 확인하며 의논하던 시절이었다. 목제품 출고장에는 단골손님은 물론 견학객과 구경객까지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만나고 경험을 나누며 목재 활용 사례가 자연스럽게 공유됐다.
그러나 세상이 멈춘 코로나 3년 동안 많은 게 달라졌다. 바이러스 없는 일상은 돌아왔지만, 목적 없는 방문은 확연히 줄었다. 현장감 있는 영업 방식에도 한계가 찾아왔다. 새로운 수종을 들일 때마다 카탈로그를 만들 수도 없고, 공사 완료 사진을 아무 때나 누구에게나 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는 비단 목재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구글 클라우드가 2021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체의 66%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비즈니스 운영 모델을 재점검하게 됐으며, 주요 요인으로 직원(45%) 및 파트너(42%) 협업 문제를 가장 큰 비중으로 꼽았다.
특히 오랜 경험과 감각이 중요한 전통 제조업일수록 타격이 컸다. '보고 만져봐야 알 수 있는' 제품을 다루는 업체들은 카탈로그와 화상회의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일부는 온라인 쇼핑몰로 전환했지만, 결국 관계 기반의 신뢰를 디지털로 옮기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됐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지인으로부터 '블로그 많이 하던데, 뉴스레터를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미 직원들은 블로그와 카페를 활용해 업무를 공유하고 있었고, 공장장은 '우드가이버'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 수백 명 구독자를 확보한 상태였다.
몇 달간 준비를 거쳐 2024년 6월 14일, 첫 뉴스레터 [우드코디의 木요일]이 발행됐다. 목재 이야기와 현장 소개, 상담 에피소드, 제재소에서 오가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까지 담아 이후 정기적으로 발송하고 있다.
'우드코디'는 'Wood Coordinator'의 줄임말로, 고객에게 목재를 진솔하게 설명하고 이어주는 회사 직원들의 닉네임이다. 회사에서 연구개발과 직원교육을 담당하는 필자는 뉴스레터에 '우드코디 BJ'라는 별명으로 공동 필진에 참여 중이다.
여러 명이 돌아가며 작성하는 만큼 내용은 다양하다. 제재소 원목 켜는 날의 생생한 현장, 고객과의 상담 사례, 목재가 쓰인 현장 탐방기 등 현장감을 살린 이야기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뉴스레터를 쓰는 이들은 장갑 끼고 현장에서 일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다. 글쓰기는 서툴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많은 이들이 겪은 공통 경험이기도 하다.
대면 영업에 익숙했던 보험설계사가 유튜브를 시작하고, 평생 손님과 마주 보며 장사하던 시장 상인이 온라인 주문을 받기 시작한 것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단절된 관계의 다리를 놓으려 애쓰고 있다.
나무를 아끼고 목재의 색감과 질감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이 글 솜씨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모두 배웠다.
코로나로 함께하지 못한 시간이 새삼 크게 느껴지는 요즘, 이 작은 편지가 그 빈자리를 메우는 다리가 되길 바란다. 유림목재는 앞으로도 매주 목요일, 목재와 나무 이야기가 담긴 '우드코디의 목요일'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