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광학기업들의 새로운 전성기
변화에 맞서 변신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트렌드가 돌고 도는 것처럼 산업도 순환한다. 생성 AI가 비전 AI로 전환하게 되면서 AI의 눈이 되는 ‘카메라’를 비롯한 광학기술이 중요해졌다. AI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과 중국은 곧바로 일본에 손을 내밀게 됐다. 단 번에 일본은 AI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됐다.
도태되는 기업은 있지만 도태되는 기술은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광학기술을 보유한 일본은 비전 AI 시대의 주축이 됐다. 운 좋은 반사이익이 아니다. 치밀한 대비와 철저한 준비의 결과물이다. 디지털카메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일본 광학기업들은 위기라는 말이 나돌던 2010년대부터 기술혁신에 올인했다.
일본 대기업 특유의 무사안일주의를 버리고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위기의식을 용기로 바꾼 결단이었다. 경영자들이 선호하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 쪼개기 상장, 수익형 부동산 투자 같은 편법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주요 자산을 매각하고 비핵심사업을 정리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R&D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정면돌파는 성공을 거뒀다. 존립 위기에 내몰렸던 일본 광학산업은 2020년대가 되면서 유례없는 최전성기를 맞이하게 됐다. 카메라 제조사로 이름을 날렸던 기업들은 글로벌 기술기업으로 변신했다. 올림푸스는 광학 의료 분야의 지배자가 됐고 후지필름은 헬스케어와 제약산업의 강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코니카미놀타는 이미징 산업 분야의 신흥 강자 대열에 합류했고 탐론은 머신비전, 자율주행, 위성통신 분야의 첨단기업이 됐다. 세이코는 산업용 로봇과 AR 글래스로 스마트 제조업의 혁신을 주도하는 중이다. 호야는 반도체 제조의 핵심인 포토 마스크 블랭크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렌즈와 센서를 납품하던 하마마쓰 포토닉스는 양자컴퓨터, 입자가속기, AI 컴퓨팅 분야까지 진출했다. 캐논은 헬스케어, AI 워크플로우, 반도체 노광장비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달성했다. 기술력을 앞세운 일본 광학산업은 특히 우주개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일본은 세계 4대 우주산업 강국이다. 미래 먹거리인 우주를 선점할 목적으로 올인했던 출구전략이 먹혔다. 일본 기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이자 약점인 보신주의를 버리고 변화를 선택한 점이 신의 한 수였다. 단기적인 이익을 포기하고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미래를 보고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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