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쓰레기통을 찾는 사람들
필요이상으로 외향적이고 사람을 좋아하며 지인들과의 일상을 SNS에 업로드해대는 사람은 십중팔구. 사람에 목마른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사람 좋아한다’ 라는 말을 쉽게 내뱉는 이들을 만나면 경계하는 편이다. 그런 사람들이 대체로 자신의 외로움과 심리적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사람들과의 관계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시간마저 기록해서 업로드하고 매일같이 누군가를 만나야하는 사람. 외로움을 이겨내는 방법이겠지만 혼자만의 시간 혹은 고독을 타인을 ‘수단화’해서 이겨내는 그들의 사정은 참 아이러니하다. 정말 사람을 좋아하고 관계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뽐내면서 자신의 인간관계를 드러내지도 않는다. 모두가 소중한 인연이기에 소중하게 여기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어디나 빈수레가 요란하고 약한 개일수록 크게 짖는 법이다. 사회생활이나 공적인 관계에서 우리는 충분히 서로가 서로를 수단으로 삼는다. 다만, 그런 관계는 심리적 거리가 당연한 것임을 알기에 불만 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오래 볼 사이도 특별한 사이도 아니기에. 그러므로 적어도 가깝고 사적인 관계만큼은 서로가 서로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서 대해주어야 한다. 지인과 친구 같은 적어도 ‘인간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에서 사람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하는 경우는 참 비인간적이다. 나이가 들면서 그런 사람들을 종종 본다. 외로움이 누적되면 사람은 어딘가가 뒤틀리기 마련이다. 혼자서 풀지도 해결하지도 못한 감정의 응어리를 누군가에 쏟아내기 위해 그들은 웃는 얼굴로 자신을 포장하고 외로움을 해소할 수단으로서의 누군가를 찾는다. 본인의 고독, 외로움, 혼자라는 사실이 주는 막막함을 스스로 감내하지 못하고 감당하지 못해서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약함은 치부가 아니다. 단점도 아니다. 하지만 심리적인 민낯을 드러내며 감정과 관계를 맺고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기위해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는 행동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자신이 성숙하지 못한 무책임하고 비인간적인 존재임을 드러내는 꼴이다. 뜻하지 않은 비정기적인 연락, 갑작스러운 환대와 호의, 전후사정없이 흘리는 웃음과 눈물. 관계를 ‘감정의 쓰레기통’ 삼으려는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의 특징이다. 갑자기 인간관계가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경계하는 편이 좋다. 사회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내 감정을 풀 괜찮은 인간, 적당히 감정받이 해줄 수단으로서 누군가가 없다.’는 속내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외로움과 고독을 해소하는 방법, 갑갑하고 답답한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역량. 두 가지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가 보인다. 사람은 누구나 철들지 않은 아이와 같고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는 존재지만 무책임한 사람은 다르다. 자신의 문제를 타인을 수단화하여 해결하려드는 비인간적인 발상은 아이같은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성숙하지 못한 것이다. 위로받고 이해받고 싶은 욕구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욕구이므로 이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를 소모품 삼아 위로와 공감을 얻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끝없이 공허하고 외로울 것이다. 그들에게 삶은 늘 새로운 감정의 쓰레기통을 찾는 여정이다. 그것이 그들에게 항상 새로운 뉴페이스와 인간관계의 확장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