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산
복잡한 마음을 안고 때론 무거운 고민을 품고 산을 오른다.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할 때 마음을 짓누르는 자괴감을 떨쳐내려고 산을 찾은 적도 있다. 스스로 선택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일은 나이가 들어도 쉽지 않았다. 친구들과 나누는 한 잔의 술이나 책 속에서 본 한 줄의 명언도 힘이 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 힘들다는 말은 짧은 한마디지만 그 말이 품은 삶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래서 쉽게 힘들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어른이라면 다들 비슷할 것이다.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현명해지거나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표정으로 태도와 온도를 숨기는 것일 뿐 속에서는 감정이 파도처럼 크게 오르락내리락했다. 실패할 때마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어른이란 이름표가 부끄러웠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새까만 그림자를 덮고 있는 먼 산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속에서 똑같은 무표정의 사람들을 보며 생각을 그만둔 적도 많았다.
그렇게 마음이 지칠 때면 산을 찾았다. 어차피 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선택이 스스로의 결정이듯 결과 역시 자신이 감당해야 할 현실이었다.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한 여유가 필요했다. 걱정과 고민 때로는 욕심을 짊어지고 등산로를 걸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산길 여기저기에 무거운 짐을 하나씩 내려놓았다. 산은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래서 누구보다 내 말을 잘 들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연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산과 함께 늘 같은 자리에 있었다. 산은 언제나 그대로였다. 사람의 마음은 날씨처럼 계속해서 변한다.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다. 그리고 나쁠 때가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지기도 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당연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마음이 힘들 때면 진실을 보는 눈이 어두워진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탁한 마음을 씻어내면 안정을 되찾는다. 산은 한 번도 답을 말해준 적이 없었지만 하산할 때면 늘 편안한 기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스스로 삶의 문제를 해결할 힘을 나는 산에서 회복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