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듯 살고 있지만 당연한 것은 없다

북한산

by 김태민

해 질 무렵 산기슭 위로 드리운 그림자가 천천히 풍경을 덮는다. 등산객들이 하나 둘 떠나고 정상에 홀로 남아 가만히 산아래의 도시를 바라본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가면을 쓰고 보호색을 입고 살더라도 사람은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


손톱만큼 작은 저 도시 안에서 아등바등하면서 매일같이 고군분투하는 삶. 남들만큼 살고 남들처럼 되기 위해 다들 치열하게 살고 있다. 그러다 한 번씩 회의감이나 고독감이 몰려오면 무기력에 빠진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괜찮은 척 행동하지만 속은 언제든 무너질 준비를 마친 상태다.

K35718 <북한산> NFT digitalart 2023

답답한 가슴을 안고 산에 올라오면 그동안의 내 마음이 어땠는지 들여다보게 된다.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되면 보이지 않던 것들을 차분하게 볼 수 있다. 어디에 금이 갔는지 어떤 부분에 보수공사가 필요한지 어디에서 삐걱대는 마찰음이 들리는지 확인할 수 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지칠 때가 온다.


괜찮은 게 아니라 괜찮은 척하면서 살아온 순간들을 떠올린다. 평범한 일상을 반복하면서 당연한 듯 살고 있지만 당연한 것은 없다. 흔들려도 끝내 다시 중심을 잡고 비틀거리면서도 길을 잃지 않았다. 나약함을 인정하고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마음을 갖자. 산을 오르는 것처럼 살자. 속도에 연연하지 말고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올라가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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