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어른이라는 옷을 입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행동하는 것은 늘 피곤했다. 남들만큼 살기 위해 남들처럼 경쟁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들처럼 사는 일이 힘든 사람도 있다. 속내를 털어놓으면 어른답게 행동하라는 말이 돌아오는 나이를 살고 있다. 말은 안 해도 다들 여유를 잃어버렸다. 사람들은 다양한 얼굴만큼이나 다채로운 고통을 안고 산다. 등에 짊어진 책임과 의무의 무게만큼 마음의 짐도 늘어났다.
더 이상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도 반갑지
않았다. 취향과 흥미를 공유해도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관계는 점점 줄어들었다. 반복의 연속인 일상을 살면서 나는 어른이라는 이름이 싫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언제나 나를 쳇바퀴 속으로 밀어 넣었다. 모두가 예외 없이 이렇게 살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이 사회를 구성하는 1인분의 역할을 하며 늙어갈 것이다. 벗어날 수 없고 반항해도 도망갈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산다.
입 밖으로 꺼내면 한심하다는 핀잔이 돌아올 법한 생각들을 끌어안고 산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말하지 않을 공상과 망상을 가슴 깊이 품고 지냈다. 가끔은 앉아있는 책상에서 일어나 크게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매일 타는 버스에서 뛰어내려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싶었던 적도 있다. 내가 선택한 삶을 살아나가는 것이 버거운 나는 겉모습만 어른인 것 같다. 나약한 마음과 유악한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인정하기로 했다. 취약한 나의 내면과 부족한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높은 산이나 낮은 산이나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모두 아름답다. 행복했던 순간도 후회되는 시간도 다 삶에 녹아들어 있다. 좋은 인간도 되지 못했고 멋진 어른도 아니지만 어쨌든 나는 나다. 내가 자신을 부정하고 스스로를 미워해서 얻는 것은 없다. 부끄러운 것도 사실이고 불안한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답도 오답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부침을 겪어도 내가 나를 버리지 않는다면 괜찮을 것 같다. 나무는 비를 맞으며 자라고 꽃은 바람을 견디며 핀다. 어른이라는 이름이 익숙해질 때까지 살아보기로 했다. 마음이 자라고 생각이 성장할 때까지 발버둥 쳐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