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마음이 정말 힘들 때는 말도 하기 싫어진다. 가까운 사람들이 전하는 힘내라는 진심 어린 위로조차 힘겨운 순간.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음에도 깊은 고독감을 느낄 때면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인간관계는 삶의 큰 버팀목이지만 가끔씩 벗어나기 힘든 덫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복잡한 생각으로 마음이 번잡해지면 나는 혼자서 산을 찾았다.
가벼운 짐만 챙겨서 익숙한 등산로를 올라간다. 매일 보던 익숙한 풍경은 푸른 숲 속으로 사라진다. 사람 하나 없는 산속을 조용히 걷다 보면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가 버거울 때 말소리 하나 없는 산은 좋은 쉼터가 된다. 산속에서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천천히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숲을 향해 걷는다.
햇살이 내리는 자리마다 무성하게 자란 나무를 보고 있으면 힘이 난다. 산등성이를 가득 채운 나무들은 모두 하늘 향해 손을 뻗고 서있었다. 푸른 이파리를 달고 있는 가지 사이 얼굴을 내민 하늘은 깨끗한 파란색이다. 산새 몇 마리가 머리 위로 지나간다. 산은 말없이 모든 것을 안아준다. 자연을 떠나 살더라도 한 번씩 산을 찾아오면 따뜻하게 품어준다.
누구나 지칠 때가 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지쳐서 멈추는 순간이 찾아온다. 마음이 고장 날 때가 바로 그때다. 가까운 사람에게 조차 마음을 여는 것이 힘들 때 산속에서 위로를 받는다. 산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과 지친 몸을 산에 맡긴다. 천천히 자라는 나무처럼 내 마음도 천천히 자라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