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by 김태민

장마가 끝나자마자 폭염이 찾아왔다. 거리를 잠시 걸었을 뿐인데 머리 위로 쏟아진 햇볕은 타는 듯이 뜨거웠다. 회색구름이 물러간 하늘은 거짓말처럼 맑고 푸른빛이었지만 더위와 함께 불청객이 몰려왔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모기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오래된 동네의 특성상 낡은 주택이 많다 보니 동네 사람들은 매년 여름마다 모기와 전쟁을 치른다. 방역장비를 실은 트럭이 골목마다 돌아다니지만 늘 역부족이다. 동네 어디를 가도 빨간집모기나 흰줄숲모기를 쉽게 볼 수 있다. 방심하는 순간 실내든 실외든 모기에게 물려서 고생하게 된다.


모기 없는 세상에서 사는 것은 나의 오랜 꿈이었다. 모기가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모기가 지독하게 싫었다. 하지만 모기는 러시아와 극지방에도 산다. 모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은 없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이제는 3월이면 모기가 나온다. 그리고 12월까지 모기를 지겹게 볼 수 있다. 환경의 악조건을 극복하고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생활이 가능해지면서 모기도 이러한 변화에 적응했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바퀴벌레와 모기는 반드시 따라온다. 계절의 한계를 극복한 해충은 어쩌면 인간이 만든 문명의 그림자가 아닐까.


인간이 삶의 영역을 확장하는 곳이면 모기는 어디든 쫓아간다.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게 되는 날이 와도 모기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을 것 같다. 지구 끝까지 쫓아간다는 비유적인 표현은 우주 끝까지 쫓아간다는 말로 바꿔야 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모기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내 꿈은 실현될 수 없을 것 같다.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해충은 종류를 막론하고 모두 문명이 발전할수록 더 크게 번성하고 있다. 극심한 환경오염은 해충이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 모기가 늘어날수록 인간의 생존은 크게 위협받는다. 모기는 전쟁이나 자연재해 그 어떤 질병보다도 사람을 많이 죽였다.


매년 무려 72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기에게 물려 목숨을 잃는다. 세계대전을 비롯한 전쟁으로 죽은 사람보다 모기가 옮긴 질병으로 죽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인간이 누리는 편리함에서 비롯된 오염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으로 돌아온다. 자동차와 공장이 만들어낸 온실가스가 지구의 온도를 높이면서 환경이 변했다. 실제로 세계는 매년 최고기온을 새로 갱신하고 있다. 여름의 불청객이었던 모기를 사계절 내내 만나게 된 원인은 결국 인간에게 있다. 올해도 겨울이 오기 전까지 모기와 길고 지루한 전쟁을 벌여야 한다. 벌써부터 끝나지 않는 싸움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맥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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