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생각이 났어

순수한 애정과 관심의 표현

by 김태민

매일 밤 10시 반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잠자리에 들자는 자신과의 약속을 나는 거의 매일 어기고 있다.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잠들면 좋을 텐데 그런 일은 거의 없고 뜬눈으로 뒤척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꼭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핸드폰을 짚어들고 메모를 한다. 두서없이 메모장에 적힌 내용을 보면서 일찍 일어나서 작업해야지 싶다가도 살금살금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생기발랄한 단어들이 눈앞에 아른거려 결국엔 노트북을 켜서 글을 쓰게 된다. 문장을 하나씩 다듬고 문맥에 어울리는 단어를 고심하다보면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겨 금세 새벽이 되고 만다.

뜻하지 않게 야행성 인간이 되다보니 심야택시를 타고 퇴근 아닌 퇴근을 하는 친구의 전화를 받기도 하고 만화를 그리느라 늘 새벽에 잠드는 친구와 서로의 작업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새벽 2시를 넘겨 단톡방을 거의 도배하는 기분 좋게 취한 누군가의'음주카톡'을 홀로 확인하기도 한다. 언젠가 한 번은 밤늦게 쓰다만 시나리오를 수정하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하루 종일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렸을 친구는“이 책 아직 안 읽었지? 네 생각이 나서 주고 싶었어.”라며 에세이집의 표지 사진을 내게 보내줬다. 책이나 물건을 볼 때 누군가가 떠오른다는 건 참 좋은 일이라는 친구의 말이 밤이라서 그런지 더 따뜻하게 들렸다.

내 생각이 나서 책을 골랐다는 그 말이 참 고마워서 나는 한참을 답장도 하지 않은 채 친구의 마음을 가만히 헤아려보았다. 그리고 나 역시 친구의 취향에 어울릴 만한 작가의 책을 서점에서 읽고는 선물해줘야겠다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바로 구입했던 기억이 났다. 물건을 보고 누군가를 떠올리는 건 애정과 관심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이 떠오르는 것. 책을 읽다가 맘에 든 구절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는 것. 이런 사소한 행동은 모두 사람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다. 네 생각이 나서라는 말은 평범할지 몰라도 그 안에 깃든 따뜻한 관심은 흔한 것이 아니라 유일한 것이다. 진심과 진실은 가장 단순한 문장에 포함되어 있다. '고맙다, 보고싶다, 힘내라, 넌 할 수 있다.'같은 말은 너무나 평범하지만 그 속에 담긴 유일한 진심에 우리는 따뜻한 감동을 전달 받는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은 참 아름답다. 이익이나 계산이 배제된 순수한 관심. 그 사람을 향한 온전한 애정. 이 두 가지가 모두 포함되어 있기에 사소하지만 소중하고 평범하지만 특별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생각해주는 진심이 깃든 따뜻한 말 한마디에 감동하고 기뻐한다. 아마도 이 기쁨은 작은 행복일 것이다. 그리고 삶에 있어서 진정한 행복이란 이런 작고 소소한 행복을 사소한 일상에서 발견해내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나는 친구에게서 느낀 작은 행복을 또 다른 소중한 사람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다. 서투르지만 직접 포장을 하고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에세이집을 사서 전해주었다. 정말 작은 선물임에도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내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는 모습에 나는 또 한 번 더 행복해졌다. 조금 더 많이 행복해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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