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글이 안 써지는 날이 있다. 첫 문장에서 도저히 진전이 없을 때는 정말 막막해진다. 막막한 기분은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곧이어 강박이 밀려온다. 초조함과 불안은 시간을 순식간에 잡아먹는다. 무의미하게 시간을 버릴 바에는 판을 뒤집는 쪽이 낫다. 지친 뇌를 풀어주는 것이다. 인간은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하는데 최적화되어있다. 오류가 발생하면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한다. 한참을 붙잡고 있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의자에서 일어난다.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글을 쓸 때는 자리를 이동한다. 집이라면 주변을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린다. 책을 읽거나 밖으로 나가서 산책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스스로가 설정한 강박이다. 본인의 기준으로 끊임없이 완성도를 평가하다 보면 지칠 수밖에 없다.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내 몫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기준점을 맞추려다 보면 압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은 좋은 글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가치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호불호는 개인의 영역이다. 대중의 평가와 문학적 작품성 쓰는 사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글은 생각하고 느끼고 깨달은 바를 기록하는 다분히 개인적인 작업이다. 작가가 쓰더라도 완성하는 순간 독자의 것이 된다. 완성도를 따지면서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어떤 일을 하든 기복은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항상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일이 잘되는 날이 있다면 뭘 해도 안 되는 날도 있다. 집중력의 부족도 아니고 끈기나 근성의 문제도 아니다. 그냥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날이 있다. 그런 일로 자책하거나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다. 막힘없이 시원하게 쓴 글을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쓸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색한 곳이 눈에 밟힌다. 상황에 따라 사람의 마음과 기분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속도가 빠르다고 일이 잘 풀리는 것도 아니고 느리게 굴러간다고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성과는 속도가 아니라 깊이가 결정한다.
기복이 심한 날은 초심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처음 글을 쓰기로 했을 때의 마음가짐은 그대로 가슴속에 남아있다. 소화가 잘되는 쉬운 글을 쓰고 싶다. 진솔하고 당당하게 글을 쓰자고 다짐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면의 감정을 차분히 살펴보고 나를 인정해 주면 된다. 흔들리면서 꽃이 핀다는 말처럼 글도 방황하면서 나온다.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으면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느리면 느린 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글이 잘 써지는 날고 괜찮고 안 써지더라도 상관없다. 최선은 잘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끝까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