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난히 일어나기 힘들었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 짚어 쓰고 한참 동안 뭉그적댔다. 따뜻한 이불속에 그대로 쭉 잠겨 있고 싶었다. 살짝 이마를 드러냈더니 차가운 방 안의 공기가 느껴졌다. 핸드폰으로 날씨를 확인했다. 10월 중순인데 아침 기온이 6도라니 어이가 없었다.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이불 밖으로 나가는 일이 점점 더 힘들어진다. 올해는 겨울이 일찍 찾아올 것 같은 느낌이다. 사람도 동물이다. 본능이 만들어내는 감각은 제법 정확한 편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봄과 가을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이러다 아예 여름과 겨울만 남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창문을 열자마자 찬 공기가 실내로 밀려들어왔다. 숨을 내쉬자 하얀 입김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경량 패딩을 입고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두꺼운 후드티와 패딩조끼를 꺼내 입고 밖으로 나왔다. 기온은 낮았지만 공기는 상쾌했다. 햇살에 물들지 않은 하늘은 맑은 바다색이었다. 산책로를 느린 속도로 느긋하게 걸었다. 은행과 밤송이가 떨어있는 길을 지나 횡단보도를 건넜다. 출근시간 전이라 거리는 한산했다. 맥도널드에 들러서 커피를 주문한다. 오랜만에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투박한 머그컵에 담긴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면서 창 밖의 풍경을 구경했다.
매일 보는 익숙한 거리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평범한 하루는 평온한 일상과 같은 말이다. 근심 없는 평화로운 날들이 이어지면 행복한 삶이 된다. 신경 쓰이는 일도 없고 걱정거리도 없다. 사소한 고민은 자고 나면 다 사라진다. 평범한 하루가 반복되는 것처럼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번갈아가며 일어날 뿐이다. 불행이나 행운은 없다. 계절이 바뀌면 날씨가 달라지는 것처럼 마음과 상황은 늘 변한다. 좋은 날도 있고 힘든 순간도 있다. 답이 없는 문제를 걱정하느라 상쾌한 아침을 망칠 필요는 없다. 커피를 마시고 맥도널드 밖으로 나왔다. 파란 하늘 아래 환한 햇살이 내리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나올 때보다 훨씬 가볍다. 단골 베이커리에 들러서 갓 구운 머핀을 샀다. 어제 빌린 책을 읽으면서 먹어야겠다. 햇볕을 받으며 걷다 보니 따뜻했다. 정오에는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책 읽기 좋은 가을이다. 날씨가 좋으면 금세 행복해진다. 사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산다. 가을날은 짧지만 그래서 소중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맑고 푸른빛을 띠고 있다. 부드러운 바람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지나간다. 이불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이 좋은 날씨를 못 보고 지나칠 뻔했다. 나오길 잘했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