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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Nov 14. 2023

기다림은 마음의 언어다

기다림은 사랑이 만들어내는 마음의 언어다

 사랑의 다른 말은 기다림이다. 기다려주는 사람은 나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이다. 그들은 재촉하지 않으며 즉각적인 해명을 요구하면서 사람을 몰아세우지도 않는다. 트집을 잡고 따지면서 핀잔을 주는 일도 없다. 그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넘어간다. 언뜻 보면 낙천적으로 보이는 이런 사고방식의 이면에는 믿음이 있다. 사랑에서 비롯되는 믿음은 상대가 좋은 사람이라는 신뢰와 이어져있다.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더라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여길  있는 마음. 그것이 사랑이다. 기다림은 누군가를 전적으로 신뢰할  나타나는 가장 진실된 사랑의 반응이다.


 한결같은 사랑 역시 기다림을 통해 완성된다. 좋은 부모는 자녀를 늘 기다려준다. 어떤 상황에서도 재촉하지 않고 함부로 닦달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세상의 기준에 맞춰서 아이를 평가하지 않는다. 아이가 자립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 뿐 멋대로 삶을 설계하지 않는다. 자녀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통제하는 부모는 근본적으로 자식을 믿지 않는다. 걱정은 사랑에서 비롯될 수 있지만 지나친 강요는 욕심에서 나온다. 인간관계에서도 이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간섭하고 통제하려는 욕구는 욕심의 산물이다. 내 뜻대로 하려고 하는 마음이 강해질수록 상대를 향한 신뢰는 사라진다. 그래서 묵묵하게 기다려줄 수 없는 것이다.


 인생은 수많은 인간관계가 얽히고설킨 거미줄이다. 그 속에서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집을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군가를 강압적으로 통제하고 조종하려고 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사람의 마음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내 능력이 부족하거나 잘못된 선택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도 아니다. 원하는 대로 살 수 없는 것이 삶이다. 그것이 정상이다. 내 만족을 위해서 고집을 부릴수록 주변 사람들의 고통만 늘어난다. 멋대로 행동하면서 사람들을 상처 입히면 결국 멀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불확정성의 법칙이 지배한다. 그 무엇도 정확하게 예측하고 분명하게 예상할 수 없다. 사람의 마음도 똑같다. 통제하려는 그릇된 욕심을 버려야 한다.


 욕심을 버리려면 최선의 선택과 최고의 결과물이 존재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든 사람의 인생은 독립시행이다. 검증된 성공의 법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주사위를 던지면서 같은 눈이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요행에 불과하다. 내가 믿는 좋은 선택이 최상의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고방식은 교만일 뿐이다. 그러므로 내 방식을 강요하면서 사람을 통제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삶은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이다. 선택이 만드는 다양성과 성격에서 비롯되는 변동성이 변화로 이어진다. 진심으로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은 변화와 주관을 모두 존중한다. 그래서 늘 같은 마음으로 기다려주는 것이다.


 기다림은 한결같은 태도다. 사랑과 신뢰의 감정을 기반에 두고 있으므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 변화의 폭이 크지 않다는 의미는 내면의 결이 일정하다는 뜻이다. 그런 사람과 함께 있을 때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은 편안한 사람이다. 일관성 있는 편안한 태도는 평온한 마음의 온도를 품고 있다. 같이 지내도 불안하거나 초조할 일이 없다. 급격한 감정의 변화나 차갑게 돌변하는 태도를 드러내지 않으므로 늘 안심할 수 있다. 각박하고 험난한 세상에서 이런 사람은 안식처이자 피난처가 된다.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은 나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이다.


 기다림은 사랑이 만들어내는 마음의 언어다.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라 처음에는 모르고 지나가지만 때가 되면 의미를 알게 된다. 우연한 계기로 진심을 알아차리게 되었을 때 누구나 큰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어리석은 본인의 행동을 반성하게 된다. 참된 사랑은 훈계하지 않는다. 상대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다려준다. 기다림은 재촉하지 않는다. 진심을 모르고 넘어가더라도 눈치를 주는 법도 없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인정받는 것에 목을 매는 일도 없다. 진심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기 때문이다. 기다림과 사랑은 같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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