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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Nov 15. 2023

할머니 패션의 지혜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공원 떡갈나무 아래 할머니 세 분이 도토리를 줍고 있는 모습을 봤다. 알록달록한 색감의 백팩을 사이좋게 메고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화려한 패턴이 들어간 원색의 백팩은 할머니 패션을 상징하는 필수품이다. 귀여운 원숭이 키링이 달린 키플링이나 튼튼한 립스탑 원단을 사용한 레스포색은 할머니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두 브랜드의 가방은 가벼우면서도 알찬 수납공간을 자랑하는 강점을 갖고 있다. 심미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췄는데 심지어 가격까지 저렴하다. 패션아이템으로서 이만하면 완벽하다고 볼 수 있다.


 할머니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가방이 백팩이다. 백팩 속에는 과일과 떡 같은 주전부리를 비롯해서 마실 물이 들어있다. 현금과 동전이 든 지갑, 티슈와 간단한 화장품도 빼놓을 수 없다. 싸고 좋은 물건을 보면 언제든지 담을 수 있는 접이식 장바구니도 필수다. 백팩의 외부포켓에는 간단한 상비약이나 우산이 수납되어 있다. 도라에몽의 주머니처럼 할머니의 백팩 속에는 없는 것이 없다. 무엇보다 백팩은 두 손이 자유롭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산 물건을 양손에 들고 다녀도 편하다. 그리고 나일론 소재의 백팩은 손빨래가 가능해서 관리도 쉽다.


 백팩은 실용성과 심미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아이템이다. 할머니들은 편리함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가방은 편하면서도 가볍고 반드시 예뻐야 한다. 싸고 예쁘고 튼튼한 것이 핵심이다.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저렴한 가격은 의미가 없다. 취향은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 최고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선이 아니라면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할머니들은 물건을 고르는 확고하고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최적화된 상품을 반드시 찾아내는 능력. 세월이 축적된 삶의 지혜는 바로 이런 것이다. 쇼핑에 있어서 이만하면 달인의 경지나 마찬가지다. 심미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완벽한 아이템을 고를 수 있는 존재는 할머니뿐이다.


 패션에 존재하는 한 가지 철학은 나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내 삶에 최적화된 아이템을 찾아가는 여정. 그것이 패션의 본질이다. 좋은 패션은 자기 삶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나온다. 싸고 튼튼하면서도 예쁜 백팩을 고르는 할머니의 센스는 삶의 지혜에서 비롯된 통찰이다. 나이는 허투루 먹는 것이 아니다. 경험과 체험은 옷 입기의 좋은 지침서가 된다. 할머니들의 패션은 편하고 실용적이면서 독보적인 개성을 드러낸다. 과감한 패턴과 강렬한 색감을 자유자재로 믹스매치하는 센스에 늘 감탄하게 된다.


 작업실 위층에 노래교실이 있다. 평일 오후시간의 수강생 대부분은 할머니들이다. 수수하지만 계절에 맞는 포인트를 잘 살린 옷차림이 꽤 인상적이다. 비싸고 좋은 옷은 예쁘지만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은 아름답다. 사람은 나이와 함께 멋이 든다. 노년이 되면 분명 잃는 것이 점점 늘어나지만 얻는 것도 있다. 원숙함과 편안함은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존재감 드러내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 어떤 옷을 입어도 편안함으로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노년은 지혜와 세월이 만나는 점이지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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