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 가다

by 김태민

한 달에 한 번 목욕탕에 간다. 목욕은 샤워로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의식이다. 샤워는 땀을 씻어내고 피로를 털어내는 느낌이 강하다. 잠자리 들기 전에 거치는 일상적인 마무리 작업이다. 목욕은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목욕은 몸과 마음을 닦는 작은 수행이다. 오래 묵은 것을 털어내고 낡은 것을 완전히 씻어낸다. 때를 밀면 마음의 때까지 벗겨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의미를 부여하면 가치는 따라온다. 그래서 일체유심조나 플라세보 효과가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목욕을 하고 나면 확실히 몸과 마음이 개운해진다.


때를 밀고 있는 동안 머리는 쉰다. 온몸 구석구석 묵은 각질을 제거하느라 손은 바쁘지만 머리는 할 일이 없다.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생각하지 않으면 걱정과 근심은 사라진다. 마음이 평온한 상태가 된다. 머리가 제대로 쉬는 순간이다. 제대로 된 휴식은 몸이 아니라 머리가 쉬는 것이다. 때를 밀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쉼 없이 돌아가던 머릿속의 톱니바퀴를 멈추고 씻는 것에 집중한다. 울적한 기분이 들면 도서관에 간다. 갑갑한 마음을 털어내고 싶을 때는 산을 찾는다. 그리고 복잡한 생각을 비우러 목욕탕에 간다.


기분을 전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고민으로 마음이 심란하면 책상과 방을 청소한다.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치우고 나면 불안과 걱정도 사라진다. 큰 결심이 필요할 때는 옷정리를 한다. 필요한 옷과 버릴 옷을 구별하는 작업을 통해서 평정심을 되찾는다. 목욕도 그런 의식이다. 반성문을 쓰는 것보다 후회하면서 자책하는 것보다 목욕이 낫다. 따뜻한 탕 안에 들어가서 편안하게 앉아있으면 잡념이 사라진다. 마음을 비우려면 몸을 비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번잡한 생각이 씻겨나가면서 때 묻은 내면이 깨끗해지는 느낌이 든다. 씻고 나와서 상쾌한 바깥공기를 쐬면 정말 개운하다.


목욕을 하고 나면 많은 힘을 얻는다. 일상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잃어버린 활기를 목욕을 통해 되찾는다. 힘들 때 읽는 책도 좋고 괴로울 때 만나는 사람도 좋다. 깨달음을 얻고 위로를 받으면 정말 큰 힘을 얻는다. 목욕도 똑같다. 걱정을 털어내고 근심을 씻어내면서 무거운 마음의 짐을 덜어낸다. 묵은 감정과 낡은 잡념을 깨끗이 씻어내고 나면 열심히 생활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그러면 개운한 기분으로 내면의 힘을 충전할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 많으면 두 번 평일 아침에 목욕탕에 간다. 그때마다 일상을 사는 힘을 충전하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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