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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Dec 30. 2023

저는 이렇게 삽니다

사소한 기쁨과 작은 즐거움을 찾아서

 주말이 지나면 이제 새해다. 한 달은 길지만 일 년은 짧다. 삶은 강물처럼 성실하게 흘러간다. 또 한 살 더 먹는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내 나이를 센다. 벌써 40년 가까이 살았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떠올려보면 웃음이 나는 순간도 있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시절도 있다. 20대의 나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다고 믿었다. 30대 후반이 된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삶을 기록하고 의미를 발견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작은 기쁨과 사소한 행복을 찾기 시작하면서 자주 웃게 됐다.


 평범한 내 인생은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었다. 그래서 특별하지 않는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기로 했다. 30대 중반이 되면서 나는 작은 즐거움을 찾는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웃을 일이 많아지면 행복은 증가한다. 행복은 아무리 작아도 행복이라는 생각을 갖고 삶을 있는 그대로 즐기려고 마음먹었다. 일상에서 찾은 작은 즐거움을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거나 무시하지 않았다. 기쁜 마음으로 행복한 순간을 누렸다. 모든 일은 다 의미가 있다. 무의미하다는 표현은 있지만 무의미한 일은 없다. 어떤 식으로든 삶은 흔적을 남긴다. 의미를 발견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온전히 본인의 역량에 달려있다.


 길을 가다 보도블록 사이에 핀 민들레를 보면 기분이 좋았다. 햇살이 내리는 양지에 누워서 털을 고르는 고양이를 봐도 좋았다. 비가 오는 날은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었고 눈이 오는 날은 작은 눈사람을 만들었다. 궂은날에는 날씨를 핑계 삼아 연락이 뜸했던 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다 보니 자주 웃고 자주 행복을 누리면서 산 것 같다. 기분이 울적해질 때는 귀여운 것을 찾아서 봤다. 작은 고양이나 강아지가 나오는 영상을 보면 가슴이 따뜻해졌다. 귀여운 것들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구한다. 위대한 철학이나 긍지 높은 가르침보다 사소한 기쁨이 더 소중하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것들로부터 나는 많은 위로를 얻었다. 우리 동네는 아이들이 정말 많다. 날씨 좋은 오후에 나가면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를 쉽게 볼 수 있다. 오전에는 늘 동네 어린이집에서 산책을 나온 꼬마들을 볼 수 있다. 인솔교사의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집에서 글을 쓰고 있으면 창 밖으로 초등학생들이 술래잡기를 하고 공을 차며 노는 소리가 들린다. 사계절 내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동네에 살고 있다. 지금 같은 시대에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커다란 행복이자 축복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삶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정의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나는 가진 것이 없지만 많은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다. 매일 작은 기쁨과 사소한 즐거움을 발견하며 산다. 지나간 기회를 아쉬워하지 않고 흘러간 과거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는다. 힘든 순간이 찾아오면 그동안 잃은 것을 세지 않고 여전히 내게 남은 것을 헤아려 본다. 좌절할 때는 세상을 욕하고 남을 탓하는 대신에 고생한 나를 다독여준다. 단점을 극복하는 것보다 강점을 강화하는데 노력하고 부족한 점을 감추지 않고 받아들인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타고난 그대로의 나를 인정한다.


 삶은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대부분이다. 실패가 성공보다 많고 절망이 희망보다 흔하다. 그 사실을 아는 나이가 된 나는 현실을 납득했다. 평범한 사람으로 태어나 시시하게 살다가는 운명을 인정한다는 뜻이 아니다.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이 훨씬 더 많이 발생하는 삶의 디폴트값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갖게 되면서 실패나 불행을 규정하는 버릇이 사라졌다. 요행과 바람을 구분하고 욕망과 희망을 구별하기 시작했다. 문제의 원인을 남이 아니라 내 안에서 찾았다. 걱정하고 근심하느라 잠 못 이루는 밤도 사라졌다. 더 이상 나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작은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삶은 정답이 없다. 모범답안대로 사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추종하는 이들도 많다.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다. 저마다 본인의 인생을 자기 방식대로 산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살면서 마주하는 문제들은 객관식보다 주관식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때마다 우리는 정해진 정답이 아니라 스스로 해답을 찾으면서 살아남았다.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풀이를 한다. 정답은 없지만 해답은 있다. 세상의 인정을 받지 않아도 된다. 남들보다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 남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안에서 행복을 발견할  있다.


 나를 존중하고 늘 따뜻하게 대하는 것이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변화의 시작이다. 내가 먼저 삶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면 많은 것들이 변한다. 사람을 대하는 온도와 세상을 보는 태도까지 달라진다. 잠에서 깨면 삶으로부터 매일 소중한 하루를 선물 받는다. 일상은 반복되지만 그 속에서 발견하는 행복은 언제나 새롭다. 함박눈이 내려서 오늘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다. 골목에 쌓인 눈을 쓸면서 이웃과 인사를 나눴다. 점심을 먹고 동네 빵집에 들러서 가족들이 좋아하는 빵을 사 왔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행복한 삶. 나는 그런 삶을 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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