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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Aug 15. 2024

말은 줄일수록 아름답다

잘하는 것보다 잘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입 밖으로 나간 말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활시위를 당기기 전에 목표물을 다시 확인하듯 단어와 문장을 여러 번 점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쉽게 내뱉은 말 때문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적지 않은 고생을 해야 한다. 말하는 것은 쉽지만 주워 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가까스로 뒷수습을 해도 한 번 잃어버린 신뢰나 인간관계에 남은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신중하게 생각하고 표현하는 태도를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여러 번 생각하고 신경 써서 말하더라도 말실수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말이 많으면 실언도 비례해서 증가한다. 글은 쓰다 보면 눈으로 길이를 의식하게 된다. 긴 문장은 읽는 사람에게 피로감을 준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그래서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다 보면 문장은 짧아진다. 일상에서 메신저로 주고받는 대화나 SNS 상의 댓글도 대부분 길이가 짧다. 그러나 말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시각화를 통한 피드백이 글보다 훨씬 어렵다.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조금씩 추가하다 보면 말이 점점 늘어난다. 간단하게 한마디로 끝날 말이 늘어지다 보면 자꾸만 살이 붙는다. 그러다 보면 할 말과 해서는 안될 말의 구분선이 희미해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실언이 튀어나갈 수도 있다. 말을 줄이지 않는 다면 말실수는 막을 수 없다. 말은 하면 할수록 자꾸만 길어진다. 쉬지 않고 입을 놀리다 보면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문장이 길어지다 보면 감정적인 표현을 빈번하게 사용하게 된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 살짝 거슬리는 부분이 있더라도 짧은 한마디는 흘려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긴 문장에 담긴 감정적인 표현은 모른 척하고 넘어가기 힘들다. 무심코 던진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박힌다. 듣는 사람의 심리적인 변화를 말하는 사람은 알아차릴 수 없다. 쉬지 않고 말하느라 상대방의 표정과 태도를 전혀 인식할 수 없게 된다. 뒤늦게 실수를 인지할 때쯤 이미 상대방의 표정과 마음은 차갑게 굳어있는 상태가 된다.


 말이 많은 사람은 말 때문에 싸우고 대화로 오해를 낳으면서 결국 적을 만든다. 심각한 수다쟁이들은 본인 상태를 모른다.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느라 상대방의 반응은 신경 쓰지도 않는다. 말실수를 하고도 그런 적 없다면서 펄쩍 뛰거나 트집 잡지 말라고 화를 낸다. 술 취해서 난동을 부리고 나서 다음날 기억나지 않는다는 뻔뻔함과 비슷하다. 자기 맘대로 뱉는 인간은 속 시원하겠지만 상대방은 대화하면서 속 터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취한 사람과 대화가 불가능한 것처럼 말 많은 사람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말을 많이 하면 말에 취한다. 감정적인 표현을 과도하게 사용하게 되면서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 이성은 마비되고 판단력도 흐려진다. 의식의 흐름대로 아무 말이나 뱉다 보면 실언을 할 수밖에 없다. 말하는 내용은 산더미처럼 많지만 막상 남는 것은 없다. 듣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쏟아내는 표현 때문에 듣고 있으면 진이 빠진다.


 한참 듣다 보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내가 한 마디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백 마디를 뱉어내면서 시간만 잡아먹는다. 말 많은 사람의 대화는 의사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인 소음이다. 심하게 시달리고 나면 사람을 피하고 싶다. 대화를 나누는 상황 자체가 싫다. 공감이나 교감이 존재하지 않는 대화는 시간낭비일 뿐이다. 대화를 거듭할수록 심리적인 거리는 더 벌어진다. 그러다 보면 관계는 소원해지고 정서적인 교류도 줄어든다. 말이 많은 사람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점점 멀어진다.


 대화는 진심을 주고받는 정서적인 상호작용이다. 너무 많은 말은 진심을 가리고 진실을 왜곡한다. 말을 많이 하면 말만 남고 결국 사람은 떠난다. 대화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활동이다. 말을 하는 것도 듣는 것도 똑같이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말을 하는데만 열을 올리면 듣는 능력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말하면서 상대의 반응을 잘 살펴보려면 말을 간결하게 해야 한다. 잘 들으려면 말을 줄여야 한다.


 상대방의 감정을 잘 이해하려면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하려던 말을 멈추고 더 잘 듣기 위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진심은 말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듣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말을 많이 해야 대화가 잘 통한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말을 줄이고 귀를 열고 눈을 마주 보고 대화해야 진심으로 교감할 수 있다. 잘 듣는 것이야 말로 좋은 대화의 핵심이다. 더 잘 듣기 위해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말은 줄어든다.


 내 감정만 앞세우는 독선적인 태도는 사라지고 상대방의 심정에 공감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짧은 몇 마디 말로도 깊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래서 대화는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한 것이다. 대화는 생각과 감정을 교환하고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아무리 효과적으로 표현한다고 해도 말은 감정을 온전히 전달할 수 없다. 미묘한 감정은 빠르게 휘발되면서 사라진다. 대화를 끝내고 나서 주고받은 내용을 정리하고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여유 없이 자기 할 말만 빠르게 폭포처럼 쏟아내면 어떤 교감도 이끌어낼 수 없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 중에 꼭 필요한 것만 골라 하나씩 연결한다. 대화에 적당한 규정속도가 있어야만 감정의 교류와 정서적인 소통이 가능해진다. 말과 속도를 모두 줄여야 그때부터 제대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속도를 늦추고 조바심을 버리고 심리적인 안전거리를 확보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 말속에 깃든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말은 마음의 터널을 빠져나가 입 밖으로 나온다. 대화는 날개를 달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고 간다. 한 번 말하기 전에 두 번 생각하고 세 번 듣는 습관을 갖자. 말은 신중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사람을 상처를 입히는 날카로운 칼과 같다. 좋은 표현은 멋진 말이 아니라 편안한 말이고 뛰어난 언변은 달변이 아니라 경청을 의미한다. 상대방의 말을 차분하게 듣고 공감하면서 대화한다면 진심을 주고받는 사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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