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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Aug 30. 2024

일단 밥부터 먹고 푹 자라

식사와 수면이 삶의 행복을 결정한다

 잘 먹고 잘자면서 별일 없이 지내고 있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다. 급격한 상승이나 갑작스러운 하강이 없는 생활은 안정된 상태다. 가끔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편안함과 지루함은 원래 같은 말이다. 안정된 심리상태가 곧 행복이다. 행복은 늘 가까이에 있다. 일상에서 평온함을 자주 느끼고 있다면 행복한 것이다. 행복한 사람일수록 잘 먹고 잘 자는 편이다. 생활 속에서 자주 느끼는 친숙하고 평온한 심리상태는 식사와 수면에 좋은 영향을 준다.


 사람들이 종종 고민을 토로하면 나는 제일 먼저 식사와 수면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다. 걱정과 불안이 커지면 좀처럼 잠을 잘 수가 없다. 신경 쓰이는 일이 계속해서 쌓이다 보면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 수면과 식사의 질은 심리적인 체력과 정신적인 여유를 가늠하는 척도다. 밥도 잘 먹고 잠도 제대로 자고 있다면 내면은 평온한 상태다. 행복은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에 녹아드는 것이므로 알아차리기 힘들다. 하지만 일상에 이상이 생기면 생활습관부터 영향을 받는다. 사람은 보기보다 단순한 동물이다.


 식욕이 사라지면 멘탈이 금방 무너진다. 정신력은 영양상태가 결정한다. 양분이 부족해지면 곧바로 뇌기능부터 저하된다. 집중력과 사고력은 든든한 위장에서 나온다. 문제해결능력도 상황판단력도 마찬가지다. 머리가 돌아가려면 배가 든든해야 한다. 억지로라도 잘 먹어야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자기 개발서나 유튜브의 동기부여 영상 따위를 찾기 전에 일단 밥을 제대로 먹어야 한다. 잘 챙겨 먹기만 해도 문제를 생각보다 훨씬 빨리 해결할 수 있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해법은 간단하다.


 걱정을 덜어내고 고민을 걷어내고 현실을 직시하면 정답이 보인다. 글로 쓰면 거창해 보이지만 해결책은 늘 간단한 선택에서 나온다. 그리고 불안과 걱정은 늘 선택 전에 고민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피 말리는 긴장감과 부담감을 이겨내려면 뱃속이 든든해야 한다. 문제해결능력을 좌우하는 것은 뇌가 아니라 위다. 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은 사업 초창기 화재로 공장을 잃었다. 불길을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구르는 직원들에게 그는 밥을 먹으러 가자고 말했다. 재기할 수 있는 힘과 의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면서 고심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 자는 시간을 줄여서 얻은 것들은 내 것이 아니다. 잠시 손에 쥐었다가 결국 송두리째 사라진다. 수면부족은 삶의 균형을 망가뜨리고 건강을 해친다. 잠을 줄이면 깨어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뇌가 쉴 시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심리적 안정감과 마음의 여유를 상실하게 된다. 피폐한 정신상태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잠을 제대로 자야 삶이 제대로 돌아간다.


 불면은 불안을 키우고 걱정을 양산한다.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면 낮의 일상은 엉망이 되어버린다. 20대 후반의 나는 몇 달간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때만큼 삶이 괴로운 적이 없었다. 불면증을 떨쳐내려고 갖은 애를 썼다. 잠이 잘 온다는 상추를 저녁마다 잔뜩 먹고 9시가 되자마자 침대에 누웠다. 잠을 잘 자야 잘 산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 이후로 잠자리에 고민을 끌어들이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눕는 순간부터 오로지 자는 것만 생각한다.


 위기 속에서 일상을 유지하는 힘이야 말로 가장 강력한 회복탄력성이다. 힘은 얻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는 것이다. 잘 먹으면 힘이 나고 잘 자면 피로를 씻어낼 수 있다.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일수록 단순한 방법이 가장 확실한 해법이다. 힘들고 괴롭지만 밥을 챙겨 먹고 강제로 누워서 잠을 청한다. 늘 하던 대로 일상의 거대한 쳇바퀴를 돌리다 보면 마음은 안정을 찾는다.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다 보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괜찮아진다. 시간은 약이 아니다. 평범한 삶을 이어나가는 지속력이 진짜 약이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붙잡고 씨름하는 것보다 억지로 밥 한술 뜨는 것이 쉽다. 한숨도 못 자고 걱정을 키우는 것보다 상추라도 뜯고 자는 편이 낫다. 영화 <섬머워즈>에는 어떤 어려움이든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맞서면 해결할 수 있다는 대사가 나온다.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보고 어려울수록 쉽게 생각해야 한다. 고민이 길어지면 용기는 사라진다. 고심하지 말고 일단 밥 먹고 한숨 자는 것이 먼저다. 잘 먹고 잘자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 그러면 늘 그랬듯이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게 된다.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은 늘 행동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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