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by 김태민

친구가 선물을 보냈다. 서프라이즈라 내용물이 뭔지도 모르고 일단 택배를 받았다. 청룡의 해를 기념하는 의미로 보냈다는 아리송한 친구의 말 때문에 선물의 정체가 몹시 궁금했다. 조심스럽게 칼로 테이프를 제거하고 박스를 열었다. 에어캡으로 쌓여있는 동그란 접시가 눈에 들어왔다. 은은한 상아색 그릇 위에 푸른빛의 용 한 마리가 올라가 있었다. 복을 의미하는 중국식 문양과 연꽃 그리고 구름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는 멋진 접시였다. 청룡의 해를 기념한다는 말 뜻을 이해하게 되자 자연스럽게 미소가 떠올랐다.


용띠에게 걸맞은 좋은 기운을 선물해주고 싶었다는 친구의 마음이 고마웠다. 선물은 늘 주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다. 그래서 선물을 받을 때면 소중한 마음을 확인하는 기분이 든다. 받는 사람을 생각해서 선물을 고르는 마음은 참 예쁘다. 신중하게 그릇을 선택하는 친구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람은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을 전한다. 작은 편지 속에 고백을 담기도 하고 손길과 눈길로 진심을 전하기도 한다. 때로는 말이나 글보다 작은 선물이 더 큰 감동을 준다.


친구가 선물한 멋진 그릇의 용도를 나는 잠시 고민했다. 예쁜 과일을 올려둘까 싶었지만 그만두고 싱크대로 가져가서 그릇을 깨끗하게 씻었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양파와 파 그리고 계란을 꺼냈다. 밥을 한 공기 가득 떠서 그 위에 날계란을 깨서 비볐다. 불 위에 프라이팬을 올리고 잘게 자른 파와 식용유로 파기름을 냈다. 계란물이 밴 밥을 팬 속에 넣고 굴소스를 첨가해서 황금볶음밥을 완성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볶음밥을 그릇 위에 예쁘게 산 모양으로 쌓아 올렸다. 요리를 그릇에 담아 먹을 때마다 친구의 따뜻한 마음을 떠올려봐야겠다.


의미가 있는 선물은 버리지 않고 전부 보관해 둔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속에 담긴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처음 건네받았던 순간의 기쁨과 설렘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진심은 세월이 흘러도 변질되지 않는다. 소중한 마음은 언제나 동일한 온기를 품고 있는 것 같다. 추억이 깃든 앨범을 열어보는 것처럼 한 번씩 그 속에 담긴 마음을 들여다본다. 전신거울 모서리에 꽂아 둔 엽서와 사진에 눈길이 닿았다. 하나씩 꺼내서 뒷면을 적힌 글을 오랜만에 읽어봤다. 때 묻지 않은 진심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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