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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Oct 15. 2024

맛집을 찾는 방법

 새로운 맛집을 발견했다. 순댓국이 생각나서 가게 앞을 지나다가 들어갔는데 맛집이었다. 내장 없이 머리 고기만 넣어서 그런지 국물이 진하면서도 깔끔했다. 부추를 가득 넣고 김치를 곁들여먹었다. 오랜만에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 맛있는 음식을 발견할 때마다 행복감을 느낀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나면 늘 카카오맵에 후기를 쓴다. 음식사진을 찍고 맛에 대한 감상을 남긴다. 몇 해전부터 꾸준히 남긴 후기는 100건을 훌쩍 넘겼다. 카카오에서 프로라는 타이틀을 붙여줬다. 작성한 후기에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팔로워수는 어느새 최상위권이 됐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맛집을 찾아다니게 됐다. 지역이나 메뉴를 한정하지 않고 참 많이 돌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맛집에 관한 나만의 공식이 생겼다. 맛집은 어디에나 있다.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불황에서 생존한 음식점은 다 이유가 있다. 이런 집은 압도적인 주력메뉴로 승부를 볼 가능성이 높다. 주로 한식이나 중식을 전문으로 한다. 불경기는 단골을 확보해야 살아남는다. 손님들이 계속 찾는다면 맛이나 가격이 변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지도앱이나 검색을 활용해서 맛집을 찾을 때는 후기와 리뷰를 고려한다.


 블로그 리뷰는 많은데 지도앱에 후기가 적은 곳은 홍보업체의 힘을 빌렸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비율이 어느 정도 비슷해야 한다. 별 다섯 개를 주고 극찬하는 짧은 후기가 연달아 달려있을 때는 작성한 유저를 참고한다. 광고목적으로 운영하는 계정은 비슷한 유형의 후기를 반복해서 쓴다. 인기 있는 맛집이나 유명한 음식점의 평점은 대체로 3점대다. 사람들이 많이 찾다 보면 극찬과 비판이 동시에 누적된다. 4점과 2점대 후기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3점대로 수렴하게 된다. 후기와 리뷰 그리고 평점만 잘 살펴보면 바이럴의 홍수 속에서도 맛집을 잘 골라낼 수 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도 맛집을 발견하는 좋은 방법이다. 점주의 연령대와 음식의 맛은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노포라도 맛없는 집이 있다. 규모가 작은데 메뉴가 너무 많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음식을 다 잘하는 올라운더는 정말 드물다. 예전에 살던 동네의 백반집은 동네 주민들도 가지 않는 곳이었다. 노포는 한 두 가지 주력메뉴에 승부를 보는 곳이 좋다. 경륜은 경험에서 나오지만 실력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별 다섯 개를 준 돈가스집 사장님들은 전부 20대였다. 나오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도넛집 사장님은 겨우 20대 중반이었다.


 나이를 막론하고 진짜 고수는 늘 한적한 동네에 있다. 새로 문을 연 가게를 발견하면 꼭 기억해 둔다. 충분한 실력을 쌓고 독립하는 실력자들이 많아졌다. 자영업은 신입이지만 실력은 노련한 경력자나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기만의 확고한 기준을 갖고 있다. 인테리어는 대체로 깔끔하고 유행을 답습하지 않는다. 음식이나 스타일 모두 군더더기가 없다. 저렴한 임대료는 높은 생존율을 보장해 준다. 월세가 싼 우리 동네는 해외유학파와 호텔총괄출신의 셰프가 운영하는 가게들이 있다. 다들 롱런하면서 일정한 맛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쭉 동네에 남아있으면 좋겠다.


 맛집은 특별한 곳이 아니다. 맛은 기본만 해줘도 된다. 친절함과 위생 그리고 깨끗한 화장실을 갖추면 어디든 맛집이다. 높은 기대치를 만족시키는 것보다 실망하기 쉬운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후기를 쓸 때 대체로 별점을 후하게 준다. 음식이 정말 맛있는 집도 별 다섯 개, 음식은 평범해도 친절하고 깨끗한 집도 별 다섯 개다. 식사를 하면서 느끼는 행복감은 둘 다 같다. 후기는 순수한 목적으로 쓴다. 수익을 얻을 생각도 없고 홍보목적으로 작성하지도 않는다. 책을 읽고 쓰는 감상문처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남기는 습관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하는 일이다. 그래서 솔직하게 쓸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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