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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코치 Sep 15. 2023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_설문조사 사례

경청 다음은 행동이다

최근 조직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우리 조직이 얼마나 건강한지, 궁극적으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떤 노력을 함께 해야 하는지 물었다.


간단한 질문 하나였지만, 실제 설문조사로 옮기기까지는 꽤 많은 고민이 있었다.

첫째, 한 번도 조직문화나 컨디션에 대한 설문을 진행해 본 적이 없어, 구성원의 반응이 예상되지 않는다.

둘째, 설문 응답에서 혹여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을 경우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걱정도 이해되지만,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솔직한 목소리, 의견을 경청하는 일이라 판단했고

구글 폼으로 질문을 구성했다. 그리고 슬랙으로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글을 올렸다.

처음에는 이런 류의 요청 글이 처음이라 다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눈치였다. 참여율도 10% 정도로 저조했다.

그래서 댓글을 달았다.


'이런 설문이 처음이긴 하지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 모든 일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강한 조직, 목표를 달성하는 조직은 선물처럼 갑자기 우리 손에 들려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같이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리마인드를 했고, 참여율이 조금 더 올라갔다. 그리고 각 트라이브 리더에게 요청하여 강압이나 강제의 느낌 없이

건강하게 리마인드 해달라 요청했다. 그리고 나니 30% 까지 참여 응답률이 상승했다.


처음부터 100% 응답을 기대하지 않았다. 목소리를 듣는 일조차 '숙제'처럼 강제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조직 문화와 현재의 일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의견을 준 30% 구성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답변의 결과도 걱정과 달리 성숙했고, 왜 진작에 목소리부터 듣지 않았을까 후회했다.

1.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주면 좋겠다. (이번 설문조사가 반가웠다)

2.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겠다.

3. 소통이 투명하고, 성숙했으면 좋겠다.

...


자 이제 행동할 차례다.

HRBP와 답변 내용을 카테고리로 정리하기로 했다. 리더들과 이 내용을 토대로 토론을 해볼 셈이다.

어쩌면 분기 계획을 세우고, 작전 전략을 짜는 것보다. 이 목소리 속에서 문제를 찾고, 구성원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돕는 것이

현재 리더들과 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정신이 맑아진다. 일의 순서가 올바르게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수혜는 구성원이 느껴야 한다. 그러니 구성원의 목소리에서 시작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이 당연한 것을 탑 다운으로 내리고, 정책과 규칙을 만들어 따르게 했으니 비효율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목소리를 듣지 않고, 하고 싶은 말만 하면 'Management' (경영)의 범주에서 계획과 규칙만 중시한다.

반면, 누구에게 득이 될지 고객을 먼저 생각하면, 고객에게 최선이 되는 방향에서 효율화를 생각한다.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Empowered' (위임)으로 결론 난다.

고객의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일을 맡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들었으니,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줄 것이다.

단, 우리가 일하는 이유를 잊어서는 안 된다.

조직 속에서 우리는 조직의 목표 달성에 최선이 되는 방향으로 조율된다.

그 조율 속에서 최대한의 자율을 행사하고, 그 결과에 프로답게 책임지는 것. 그것이 가장 효율적, 효과적인 조직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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