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디코치 Nov 02. 2023

모방학습과 공진화

누구를 보고 배우겠나? 그대의 옆사람이지  

최근 AI 기술을 두고 창작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수없이 많은 기존 창작물을 학습하고 이를 편집하고 조합하는 방식으로 결과물을 만든다는 논리인데

정작 AI 개발업체는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의 AI 저작권 소송을 보면
"AI 창작물과 원본 소스 간의 유사성을 찾을 수 없다. 결론으로 저작권 문제없음" 판례가 쌓이고 있다.


자,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들어보자

"기존 작품을 그대로 베낀 것이 아니라 학습에 사용했을 뿐입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생각을 참고하는 방식으로 학습하는 것은 인간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AI 기술의 타당성은 잠시 뒤로하고  

위 목소리 내용 중 인간의 '모방학습'을 주제로 이야기해 보자. 정말로 AI처럼 인간도 모방학습을 하는가? 그건 왜일까?



모방학습이란 무엇인가?


위키에서 설명한 내용을 보자.

모방(模倣, 摸倣, 摹倣) 또는 흉내내기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따라 하는 행위이다. 이미테이션(imitation)이라고도 한다. 모방은 또한 전통과 문화의 발전으로 이끄는 사회 학습의 일종이다. 유전적 상속 없이 사람과 사람 간의 정보(행동, 의상 등)를 세대에 걸쳐 전달할 수 있게 한다.

중요한 키워드는 "#사회학습"이다.

갓 태어난 히말라야 원숭이가 인간의 혀내밀 기를 따라 한다 (귀엽)

이미지 속 원숭이도 다른 동물의 행위를 모방학습한다. 본능적으로 생존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의미에서 '조직' 사회 공동체에서 우린 옆사람의 생각화 행동을 모방학습한다. 그것이 DNA에 새겨진 생존 본능이다. 만약 옆 동료가 매일 10분씩 지각한다면....? 지각 행위에 대한 기준이 낮아져 어느 순간 나 역시 동료처럼 지각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옆 동료가 PPT를 끝내주게 만들어 발표를 맛깔스럽게 해낸다면, '나도 저렇게 발표를 멋지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결국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인간은 연대를 통해 생존 확률을 높인다. 유전적 상속 없이도 타인과 연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모방학습'이다.


"우디, 내가 직장에서 좋은 평가를 듣는 노하우를 알려줄까요?"

농담처럼 동료가 내게 말했다.


"팀장의 옷 스타일을 따라 입어요."

웃으며 말했지만.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된다.


우리는 아무나 모방학습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연대하고 싶은 가장 생존 가능성 높은 '유기체'를 선택한다. 또 선택당해야 연대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주의집중(Attention)이다. 주의를 이끄는 힘이 있어야 유능하고 호감 가며 인격이 훌륭한 모델로 보일 수 있다. 팀장은 자신의 옷차림새와 비슷한 팀원을 보며 일종의 호감을 느낄 수도 있다 (농담 반 진담 반이다)



모방학습의 끝은 공진화 (Coevoluation)


인간은 생존을 위해 유전적 상속 없이도 타인과 연대 가능한 모방학습을 본능적으로 선택했다고 이야기했다. 자 그럼 끝내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공진화는 말 그대로 함께 진화하는 것이다.

1964년 생물학자 에리히 & 라벤이 나비와 식물 관계를 연구하면서 서로 상호작용 하는 종간에는 호혜적 진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하며 처음 단어가 사용되었다.


재밌는 것은 현재 우리 인간의 모습이 수많은 공진화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다만 공진화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1. 착취하는 공진화

사슴(피식자)은 호랑이(포식자)를 피해 달린다. 도망가는 쪽과 쫓아 가는 쪽 모두 다리의 근육량이 증가한다. 이것 역시 자연스러운 공진화이다.


2. 경쟁하는 공진화

토끼(먹잇감)를 노리는 늑대와 치타가 있다. 늑대는 발톱을 더 날카롭게 갈았고 치타는 속도를 더 높였다.

하나의 먹잇감을 놓고 경쟁하다 보니 두 경쟁자 모두 진화했다. 이 역시 자연스럽다


3. 이타적 공진화

벌은 꿀을 얻기 위해 수분한다. 꽃은 더 멀리 종을 퍼뜨리기 위해 벌에게 꿀을 준다. 상호 간 협력을 통해 양쪽의 번식과 생존이 유지된다.


이타적 공진화 : 아무도 피해를 입지 않는다. 시너지, 임팩트가 커진다.


자 이제는 다시 '조직' 속으로 들어가자.


- 우리는 오늘도 모방학습을 열심히 하는 중이다. 누군가는 팀장(포식자)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문서를 다듬고 또 다듬는다. 아마 팀장은 팀원을 호되게 매니징 하는 스킬이 늘 것이고 팀원은 문서 스킬이 다소 올라갈 것이다.


- 이번에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두고 A 부서와 B 부서 간 경쟁이 붙었다. 양 부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경계한다. 프로젝트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상대 부서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열의에 불타오른다. 아마 양 부서 모두 오늘 밤도 야근을 할 것 같다.


착취하는 공진화든 경쟁하는 공진화든 우리는 진화해 나갈 것이다.

다만 착취와 경쟁은 Zero sum 게임이다.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며 상리 공생으로 얻을 수 있는 Value 보다 크기가 작다. (=임팩트가 낮다)


따라서 비용 대비 가장 큰 임팩트를 노려야 하는 조직 입장에서는

이왕 모방학습을 통해 공진화해야 한다면 '이타적 공진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타적 공진화는 누구도 손해보지 않는 positive sum 게임이다.


- A 부서의 성공사례가 투명하게 전파된다. 그 노하우와 템플릿, 도구까지 접근 가능하다. B 부서 팀원이지만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B 부서 역시 또 다른 성공사례를 만들어냈다. A 부서는 그런 B부서의 또 다른 성공을 보며 추가적인 보완점과 개선점을 찾아본다


실제로 일하다 보면 Zero sum 게임이 아니라  positive sum 게임으로 일을 대하는 동료가 있다.

그들에게는 이런 공통점이 있다. 눈여겨보자.


1. 자신의 성공 경험을 동료에게 주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 Giver의 자세)
2. 업무에서 투명함과 솔직함을 중시한다
3. 융합의 가치를 중시한다. 기존 업무의 틀을 깨거나 새로운 창조를 유도한다


마지막 질문을 남기며 글을 마친다.


"오늘 당신은 동료에게 어떤 모방학습의 대상이었나요?
상리 공생하기 위해 당신이 내일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미팅에도 결의가 필요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