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온 느낌입니다. 아침 바람이 선선합니다. 매미 소리는 언제부터인가 사라지고 귀뚜라미 소리가 조용한 시간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가을 풍경을 담아 운치를 만듭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느낌은 주변사람들의 대화에서도 느껴집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네요. 벌써 한 해가 얼마 안 남았어요. 벌써 내 나이가 이렇게 되었네요. 나는 그대로인데..."라는 말을 자주 할 때입니다.
분명 자주 보는 사람들끼리는 스스로가 나이 들어감을 잊고 살지만 타인들이 그들을 볼 때는 나이가 지긋이 든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을 겁니다.
가을이란 계절이 낭만과 운치를 주지만 한 해의 마무리가 되어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같이 전해 줍니다.
삶의 사이클에서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로 접어드는 그런 계절이 가을입니다. 새벽의 일출 시간도 늦어져 신체의 움직임도 늦어지 듯이 나이 듦은 신체의 움직임을 조금씩 느리게 하기도 합니다.
새벽에 일어나 기지개를 켭니다. 한쪽 어깨가 뻐근하고 아파 안 하던 스트레칭을 합니다. 특히 오른쪽 어깨가 늘 말썽입니다. 오른쪽 어깨와 목 부위가 자주 아프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른쪽을 오랜 시간 자주 써 왔고 그 오랜 시간 동안 고생한 근육과 관절들이 아프다고 아우성을 치는게 당연하지"라고.
신체도 자연의 일부분이기에 오랜 시간의 축척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자연의 일부가 가을을 느끼고 있습니다.
여름의 열정을 담고 있던 나무가 가을이 되면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의 몸에 있던 나뭇잎들을 떼어 냅니다. 자연을 보면서 우리의 나이 들어감도 자신이 가진 것들을 조금씩 떼어 내며 비워가야 하는 과정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푸르던 나무의 생동감이 가을의 시간을 담으면 조금씩 변해가 듯 우리의 삶 속에도 변화들이 물들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