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DYK Nov 03. 2024

가을 감성, 모든 잎이 꽃이 되어 갑니다.

가을은 우리에게 속삭이네요. 시간은 흘러 우리는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다. <알베르 카뮈>


가을 단풍이 깊어갑니다. 지인이 이런 말을 던집니다.


"예전에는 봄이 좋았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을이 좋아지네요"


"왜요?"


"음.... 젊었을 때는 무엇인가 생동감 넘치고 활기찬 봄이 좋았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가을의 푸른 하늘과 단풍이  너무 좋아요. 뭐랄까 가을의 깊음과 넓음이 좋더라고요.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이나 가을이 물 드는 모습이나 비슷해서 그런지 봄보다는 가을이 더 좋아졌어요!"


가을은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왔는지도 모르게 주변의 색을 변화시키고 금방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가을이 주는 풍경은 찐합니다. 논에는 누렇게 익은 벼들이 한톨한톨 모여 누런 바둑판을 만들고 나무들은 잎에 색을 칠해 가을의 운치를 만듭니다.


숲 속을 걸으며 낙엽 밟는 소리가 정적을 깨우고 새소리는 더 청명하게 들립니다.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푸르른 하늘빛은 천국으로 올라가는 작은 천사들의 흔적처럼 느껴집니다.


가을은 감탄스럽습니다.


나이 들어감을 그대로 보여주는 계절입니다. 나이 들어감이 성장이 아닌 성숙으로의 원숙함이기에 가을은 인간의 원숙함에 예의를 지켜주는 계절입니다. 자신의 잘못들을 하나씩 벗어던지고 자신의 몸을 가볍게 하여 가벼운 발걸음으로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진 시간 동안 굳어진 살들을 벗기고 미니멀하게 자신을 다듬어 줍니다.


가을이 아름다운 것은 혼자만 서 있는 외로운 나무가 아닌 주변의 나무들과 같이 자신들의 성숙함을 같이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외롭지 않게 다양한 색을 드러내며 가을을 성숙의 시간으로 만들어 줍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지인들은 가을의 깊이와 넓이가 좋다고 합니다.


가을의 깊이가 시간의 깊이라면 넓이는 포용의 넓이일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쌓일수록 삶의 깊이는 깊어갑니다. 오랜 시간이 흐를수록 발효의 풍미가 더 깊어지는 장독대의 간장처럼 가을은 사람들에게 삶의 깊이를 발효합니다.




 드넓고 푸른 하늘의 넓이는 무엇이든 받아줄 수 있는 포용의 넓이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좁아지는 시야를 오히려 가을은 폭넓게 포용해 줍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포용의 넓이가 넓어질 때 진정한 성숙이 다가오는 것입니다. 가을은 우리에게 그런 포용력을 이야기합니다.


가을 숲을 혼자 걸어갑니다.


시원한 공기와 선명한 새소리가 가슴 깊이 반겨줍니다. 모든 곳에 가을의 향기가 살아 움직이고 나이가 들어감에 물들어 갑니다. 나이 들어가는 단풍은 자신의 색을 드러내며 하나씩 떨어집니다.


자연의 아름다운 색상에 매료되어 가을 풍경 사진이 자신의 휴대폰에 쌓여 갈 때,  우리는 그 흘러가는 시간들을 아쉬워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연은 수십년이 지나도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옵니다. 하지만 우리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 어디론가 사라지고 우리는 자연 곁으로 되돌아 갑니다.


시간이 흘러 이 세상 어디에도 우리의 흔적은 찾을 수 없고 자연은 그 흔적들을 잊고  다시 가을의 꽃들을 만들어 갑니다.


https://brunch.co.kr/@woodyk/1005



가을의 성숙은 우리를 "자연스러움"으로 포용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연의 흐름처럼, 가을의 전설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