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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Aug 10. 2024

자연이라는 철학자

자연의 흐름이 시간이다.

우리 곁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생명의 신비인가. 곱고 향기로운 우주가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잠잠하던 숲에서 새들이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는 것은 우리들 삶에 물기를 보태주는 가락이다. <법정 스님>



무더위에 밤낮 할 것 없이 주변의 모든 생물들이 지쳐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그런 무더위가 입추를 지나면서 저녁이 되면 조금씩 바람이 불고 기온이 떨어집니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더욱 강해지고 귀뚜라미가 자신의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자연의 절기가 우리에게 이야기를 거는 것처럼 시간의 흐름을 알려줍니다.


시간은 보이지 않지만 자연은 시간을 이해하고 있는 듯합니다. 자연의 감각은 대단합니다. 미세한 흐름조차도 자연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가을이 다가오면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를 자연스럽게 들춰냅니다. 바람의 기운과 기온의 변화를 들춰내고 곤충들은 가을의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아직도 무더위가 사라지지 않지만 무더위의 많은 부분의 일부를 가을의 기운에 내주려고 합니다. 자신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서서히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욕심은 늘 남아 있기에 한동안은 자신의 자리에 대한 주도권은 간직하면서 서서히 물러나려고 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여행을 갑니다. 더위를 피해서 가는 여행이지만 여행한다고 더위가 식혀지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더위가 몰아치는 이 시즌만큼은 떠난다는 즐거움에 콧노래를 부릅니다. 더위가 온 세상을 덮어버려도 자연은 알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더위는 또 사라지고 계절에 맞는 기운들이 다가올 거라는 것을


자연의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푸르렀던 나무의 색이 울긋불긋 자신의 옷을 갈아입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게 됩니다. 새벽에 일출 시간이 조금씩 늦어지고 저녁의 일몰이 조금씩 빨라집니다. 모든 자연의 순서들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입니다.



혼자서 잘 나서 살 수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현대 문명이 발전하며 우리는 자연의 흐름과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문명이 발전한다는 것은 자연의 흐름과는 다르게 간다는 말입니다. 라이트가 발명되고 우리는 밤이라는 시간을 잊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밤이 낮처럼 느끼며 현대인들은 살아갑니다. 신체의 자연 흐름을 역행하기도 합니다.



자연은 그런 문명을 거부하지는 않습니다.


그 문명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길을 걸어갑니다. 겸손하고 묵직한 걸음을 걸어갑니다. 자신이 와야 할 시기에 그 자리로 돌아오고 자신이 해야 할 도리를 합니다. 자연이 거칠고 무서울 때도 있지만 그것 또한 자연의 순리에서 필요한 부분일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상처를 받고 아파하지만 사람만 아픈 것이 아니라 자연도 아플 것입니다.


새벽 아침의 소리가 달라졌습니다.


새벽 일출이 늦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시간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미 사람들 입에서 '벌써'라는 말을 하며 가을을 맞이하려고 합니다.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식지 않았지만 사람들도 가을이 문턱에서 발을 내밀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그 무엇도 내 버려두지 않는다는 것은 안다. 시간을 무한정 견뎌내는 것은 없다. 시간은 영원을 서약했던 사랑을 끝나게 한다. 찬란한 우정을 빛바래게 하고 강철 같은 신념을 부스러뜨린다. 사람의 몸을 늙게 만들고 생기발랄했던 철학적 자아를 혼돈과 무기력에 빠뜨린다.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_유시민 저>


가을이 다가오면 시간이 빨라진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가 지정해 놓은 달력에 숫자가 적어집니다. 어느새 금방 달력의 숫자는 줄어들고 자신은 조금씩 나이를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시간이 존재한다고 느끼지만 시간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흘러가는 자연의 흐름을 시간이라는 단어로 옭아맨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냥 자연의 흐름이 존재하고 인간도 자연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존재인 것입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가볍고 사뿐하게 다가오는 듯 하지만 그 걸음은 묵직하고 삶의 흐름을 변화시킵니다. 그것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곁으로 스며듭니다. 있지만 없는 듯 없지만 있는 듯 우리가 조금씩 느낄 수 있도록 스며듭니다.


자연스럽게 인간도 자연에 스며들고 우리는 그것이 자연인지도 모른 채 살아갑니다.


자연의 순리가 아름답습니다. 인간의 미물이 이 거대한 자연의 흐름 속에서 존재하며 살아간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살아가는 것조차 감사하며 자연의 흐름 속에 겸손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여름의 막마지에서 가을의 초입으로 들어가는 자연은 우리들에게 '스며든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겸손'이란 단어를 일깨워 줍니다.


 '나'라는 존재는 신체의 자연이 존재하기에 살아 있는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자연의 흐름이 세상을 감싸고 있기에 우리는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입니다.


오늘도 겸손하게 자아를 가꾸며 살아가려 합니다.


자연의 흐름이라는 시간에 오만하지 않으려 합니다.


나이 들어감은 자연에 가까워지는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하며 살아가려 합니다.




오늘도 자연으로 가까워지고 있음을 이해하려 합니다.


매미의 소리가 더 강하게 울리는 아침!


오늘을 감사하며 나의 존재를 겸손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가겠습니다.  


행복은 결코 많고 큰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은 단순함과 간소함에 있다 <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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