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선명함을 불러온다.
만약 비가 우리의 소풍을 망치지만 농부의 벼를 자라게 한다면, 감히 어떤 사람이 비는 내리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Tom Barrett>
모과나무는 한사코 서서 비를 맞는다. 빗물이 어깨를 적시고 팔뚝을 적시고 아랫도리까지 번들거리며 흘러도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비를 맞는다. 모과나무 저놈이 도대체 왜 저러나? 갈아 입을 팬티도 없는 것이 무얼 믿고 저러나?
나는 처마 밑에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모과나무, 그가 가늘디가는 가지 끝으로 푸른 모과 몇 개를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았다. 끝까지, 바로 그것, 그 푸른 것만 아니었다면 그도 벌써 처마 밑으로 뛰어들어왔을 것이다. <모과나무_안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