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DYK Jul 17. 2024

비 오는 날

비는 선명함을 불러온다.

만약 비가 우리의 소풍을 망치지만 농부의 벼를 자라게 한다면, 감히 어떤 사람이 비는 내리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Tom Barrett>


눈에 먼지가 들어가 눈을 비빕니다.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눈이 충혈됩니다. 결국 눈물이 납니다. 서글퍼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라 먼지가 자극해서 눈의 불편함 때문에 흐르는 눈물입니다.


 눈물이 흐른 후 눈이 오히려 편해지고 시야가 선명해집니다. 작은 티끌에도 눈은 민감합니다. 민감하기 때문에 눈에는 늘 눈물이 고여 있고 눈을 보호하고 시야를 확보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침부터 무섭게 내린 비는 퇴근 무렵 멈추었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길이 선명해졌습니다. 언제 이렇게 앞이 깨끗하고 공기가 신선하게 바뀌었는가 생각해 봅니다.


분명 비가 쏟아지던 그 시점과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습니다. 내 손에 있는 휴대폰으로 사진 한방을 찍습니다. 사진 속에 담긴 순간이 너무 선명합니다.


뿌연 미세먼지와 자동차 매연  속에 나를 놓고 살아왔지만 비가 온 후의 쾌청함 속에 있는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눈 속의 먼지가 눈 속의 세상에서는 방해물이자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세상 속의 뿌연 먼지는 앞을 가리는 방해자입니다.


눈 속의 방해자는 결국 눈물이 해결해 줍니다. 눈물이 흐른 후의 시원함과 선명함은 시야를 확보해 주듯 비 온 후의 쾌청함은 세상의 시야를 확보해 줍니다.


장애물은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합니다. 분명한 것은 그 장애물들 때문에 우리의 삶이 망가지거나 넘어져 더 이상 일어나기를 포기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가 온 후 우리의 삶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특히 빗줄기가 더 거센 후에는 더욱더 선명해집니다. 우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우산을 씁니다.


 우산이 뒤집히고 비바람에 옷이 젖습니다. 아예 비옷과 장화를 신기도 합니다.  비를 맞지 않으려고 나가질 않고 실내에 앉아 떨어지는 빗줄기를 즐기기도 합니다.



우리는 늘 선택을 합니다. 우리가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아도 선택의 순간들이 다가옵니다.


내가 가야 할 길이 있고 그 목적지를 위해 가야 합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지금 가야 할지 비가 그친  후 가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옷이 젖어도 우산을 쓰고  비를 뚫고 가는 사람도 있고 비가 멈출 때까지 실내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나쁜 선택은 없습니다. 상황에 맞게 선택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 선택 또한 자신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비를 탓해도 되지만 그건 비의 문제로 보기보다 당신의 선택인 것입니다, 그 목적지에 너무 늦은 것도 옷이 젖고 빨리 도착한 것도 모두가 비 때문이기보다 당신의 선택인 것입니다.


모과나무는 한사코 서서 비를 맞는다. 빗물이 어깨를 적시고 팔뚝을 적시고 아랫도리까지 번들거리며 흘러도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비를 맞는다. 모과나무 저놈이 도대체 왜 저러나? 갈아 입을 팬티도 없는 것이 무얼 믿고 저러나?

나는 처마 밑에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모과나무, 그가 가늘디가는 가지 끝으로 푸른 모과 몇 개를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았다. 끝까지, 바로 그것, 그 푸른 것만 아니었다면 그도 벌써 처마 밑으로 뛰어들어왔을 것이다. <모과나무_안도현>



살다 보면 난관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문제들이 내 주변을 감쌀 때도 있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쳐서 초라하게 우산이 꺾이고 옷이 젖어 볼품이 없을 때도 많습니다. 그리고 비바람에 쓰러져서 눈에 눈물이 고일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 길을 걸어가며 비가 온 후 퇴근길의 쾌청함을 즐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걸어가는 길이 버겁고 눈을 가리는 빗줄기에 시야가 흐려져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순간을 극복하면 퇴근길에 시원한 공기와  맑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데 젖은 옷과 비를 탓하며 절대 비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건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고 자신의 몫입니다.


비라는 존재 그리고 눈물이라는 존재는 더욱 선명한 시야를 확보해 주기 위한 과정입니다.


그 힘든 과정들이 존재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선명한 시야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빗줄기를 회피하기보다 즐겨야 합니다. 비  온 후 선명함을 느껴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신이 직접 비를 맞고 그 순간을 뚫고 걸어가 봐야 그 선명함의 가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비가 온 후 땅이 더욱 단단해진다는 말이 거짓이 아닙니다. 비가 올 때는  땅의 연약한 부분이 흘러내려가고 사라지지만 단단한 부분들은 비가 온 후 더 강한 생명력을 갖습니다.


비는 즐기는 것입니다. 비를 회피하지 말고 즐겨야 합니다. 비를 즐기는 방법은 비를 맞고 자신을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당신의 삶의 시야는 더욱 명확해집니다.


비가 당신에게 즐기는 존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비를 맞은 당신은 스스로를 초라하게 생각하지 말고 비 온 후 더  커진 당신을 바라보며 선명한 시야를 확보해야 합니다.  



당신은 비를 즐기며 인생을 배우고 있는지요!


오늘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빗소리에 들려오는 새소리를 들으며 먼 산을 바라봅니다. 산 등선에 낀 안개를 바라봅니다. 비가 온 후 안개는 걷히고 산의 선명함은 더 크게 드러날 겁니다.


우리의 인생도 그럴 것입니다.


https://brunch.co.kr/@woodyk/937






매거진의 이전글 빗소리, 빗방울, 감성이 움직이는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