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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조직을 이끄는 CEO의 첫 번째 과제, 자기인식

CEO가 말하는 조직문화 혁신 방법, 리더의 메타인지가 답이다

by WOODYK
자기 인식 self-awareness의 정확한 정의는 언뜻 보기보다 복잡하지만, 자신을 명확하게 보는 능력이 그 핵심이다. 즉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신이 주변 세상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아는 것이다. 플라톤 Platon이 우리에게 “너 자신을 알라”는 가르침을 전해준 후로, 철학자와 과학자 모두 자기 인식의 미덕을 찬양해 왔다. 사실 자기 인식은 인간의 가장 주목할 만한 능력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자기 통찰, 티샤 유리크 저>


새로운 조직을 맡게 되면 꼭 하는 일이 있습니다. 팀장과 파트장급 리더들에게 '자기 인식 질문지'를 메일로 송부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장단점, 좌우명, 회사를 바라보는 관점 등 20개 정도의 질문으로 구성된 이 질문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반응은 다양합니다. 어떤 리더는 귀찮아하고, 어떤 리더는 이를 통해 소통하려는 시도를 반깁니다. 질문지를 받아본 후 1대 1 면담을 진행합니다. 긴장된 모습으로 들어와 경직되어 있던 이들도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아무리 비대면의 시대라고 해도, 서로를 이해하기에는 대면만 한 방법이 없습니다.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창조적인 것이다"라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처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지나다니며 인사만 하던 직원도 달리 보입니다. 그들이 간직한 철학과 삶의 방향성에 공감하며, 우리가 함께 보내는 이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자기 인식이 명확하고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일수록 대화는 보람차고 깊이가 있습니다. 이런 인재들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적합한 업무를 찾아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고 스토리가 있습니다. 모두 어쩌다 보니 지금 이 회사에서 역할을 맡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신만의 삶을 열심히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회사에 대한 애착과 불만이 공존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자기 인식이 훌륭한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이 회사에 다니는 것에 의미를 찾고, 소속된 곳의 가치를 발견하려 합니다. 그 속에서 자신의 가치도 함께 만들어갑니다.


반면 자기 인식이 부족한 리더도 있습니다.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파악하지 못한 채 수동적으로만 생각합니다. 뚜렷한 주관과 방향성이 없고, 하루하루 지나가는 시간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모릅니다. 회사에서의 자신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한 적이 없습니다. 자신의 부서만이 전부인 듯 느끼면서도, 정작 그 일에 대한 자부심은 부족합니다.


'자기 인식 질문지'의 내용을 보면 누가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려 했는지 보입니다. 1대 1 면담에서 조직에 대해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직원은 대부분 자기 인식이 높은 사람들입니다.


1대 1 면담이 주는 효과는 큽니다. 제가 직원들을 알아가는 시간이자, 그들이 저의 철학과 경영방식을 이해해 가는 시간입니다. 드라마 '미생'의 오 과장이 "회사는 나를 키우는 곳이고, 나는 회사를 키우는 사람"이라고 했듯이, 서로의 오해를 줄이고 더 가까이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메타인지가 부족한 직원에게는 자신과 회사의 의미를 더 깊이 이야기하고,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되짚어보는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한편 이 과정은 핵심인재와 비핵심인재를 분별하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설문지와 대화를 통해 자신이 스스로 드러나게 됩니다.


'자기 인식 질문지'와 '1대 1 면담'은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 있고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를 진단하며, 서로의 오해를 줄이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새기는 시간이 됩니다.


변화라는 과정은 언제나 고난을 수반합니다. 변화는 기존의 익숙함에서 벗어나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익숙함에 주저앉아 있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모르고, 무엇이 중요한지 자각하지 못한 채 낙오되거나 노후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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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것을 포용하고 다름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야 새로움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팀장들과 직원들은 회사의 변화, 상사의 교체, 일하는 문화의 어색함 등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기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의 변화를 단순히 주변의 일로 치부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신이 현재 어디에 서 있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변화 속에서 어떤 의미로 일해나갈지에 대한 자신의 의지가 핵심입니다. 자신의 마음에 변화가 없다면, 변화는 본인에게 불필요하고 힘든 시간이 될 뿐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조직을 만날 때 '자기 인식 질문지'와 '1대 1 면담'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리더들의 생각과 인식이 스스로 달라지지 않는 한, 조직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물게 됩니다.


조직을 움직이고 조직원들의 생각을 알아가며 핵심인재를 파악하고 인식 전환을 돕는 방법으로 이 두 가지를 추천합니다. 사람을 알아야, 그리고 자신을 알아야 그곳에서 새로움과 소통이 나옵니다.


새로운 조직을 맡는다는 것은 다름을 수용하면서도 방향을 설정해 함께 걸어가야 하는 과정입니다. 쉽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잡음도 발생합니다. 잡음이 소통의 과정이라면 충분히 흡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잡음이 서로를 적대시하는 과정이라면 리더는 조직을 움직이기 힘들어집니다.


결국 변화는 사람에게서 시작됩니다. 단순한 문장이지만, 사람에 의해 조직은 움직이고 문화는 형성됩니다. 그 핵심을 알아야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가는 데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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