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생각하고 느끼고 다시 돌아오기
늘 지금에서 멀리 떠나고 싶다.
때때로 홀로 존재하고 싶은 깊은 속 뜰의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한 며칠 일도 다 때려치우고 내 행동 범위도 최소한의 것으로 한정시킨다. 사람들을 만나거나 아니면 핸드폰, 전화벨 소리에 귀 기울이거나 행여 tv를 켜거나 신문 보는 것조차 번거로워 잠시 접어 둔다.
이른 새벽 도량석 돌며 뒷 산 깊숙이 까지 들어가 보기도 하고 예불이 끝나도 호젓하게 부처님 전에 앉아 그저 홀로 존재하는 시간을 가져 보기도 한다. 될 수 있다면 먹는 음식도 소박하면 좋겠고, 군것질도 끊고 나면 속이 비어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야말로 입에는 말이 적고, 마음에는 일이 적고, 뱃속에는 밥이 적을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배려한다.
홀로 있다는 것은 외로움이나 고독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외로움이나 고독이란 느낌이 우리의 속 뜰을 더 생생하게 비춰 주고 우리 존재의 근원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와 깊이를 가져다준다.
홀로 존재한다는 것은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한없이 충만한 것이다. 쉽게 생각해 보면 헛헛하고 외로워 보일지 모르지만 텅 빈 가운데 성성하게 깨어있는 속 뜰은 마구잡이로 채워 넣는 소유의 정신에 비할바가 아니다.
홀로 있을 때 우리는 참으로 함께 할 수 있고, 작은 나의 허울을 벗고 전체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몸뚱이만 그저 덩그러니 혼자 있다고 해서 다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