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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Aug 22. 2022

아이와 가는 여행. 설렘의 시작

둘이 떠나는 소박한 여행이지만 모든 것이 있다.

여행한다는 것은 설렘이다.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즐거움을 찾아가는 것이다. 동행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도 중요하다. 이동하는 동안 차 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서로가 좋아하는 주전부리도 하게 된다. 자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도 한다. 서운했던 것, 아쉬웠던 것, 즐거웠던 추억, 앞으로 전개될 여행 이야기 등 대화 속에 삶이 녹아있게 된다. 아이와 단 둘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초등학교 마지막 여름 방학에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코로나로 학교에서는 마지막 학년임에도 친구들과 소풍도 운동회도 수학여행도 없이 추억 없는 졸업을 하게 될 듯하다.  그래서 더욱 아이에게 여행이란 추억을 만들어 주고 많은 대화를 하고 싶었다.

 떠나기 한 달 전부터 아이는 들떠 있다.


본인이 입버릇처럼 가고 싶다고 한 곳이 여수와 부산이다. 부산은 이미 몇 차례 갔다 왔음에도 또 가고 싶다고 하고 여수는 한 번도 가질 않아 꼭 이번 기회에 가고 싶다 한다. D데이를 체크하며 여행을 손꼽아 기다린다. 드디어 떠나는 날이 왔다. 전날부터 여행 간다고 기분이 좋다. 가면 뭘 할지 뭘 먹을지 인터넷을 뒤진다. 아빠는 기분이 어떠냐고 묻기도 한다. 들떠있음에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차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중에 휴게소 투어는 필수이다. 특히 아이는 휴게소를 들러 주전부리하는 걸 좋아한다. 목적지를 향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시간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차 안에서 창 밖을 보며 대화를 한다.


"한국에는 터널이 많네  아빠"  

"산이 한국에는 많기 때문에 도로를 만들라고 하면 터널이 많을 수밖에 없지"

"외국인들은  한국의 긴 터널 속에 불빛과 바닥에서 나는 경고음 소리를 신기하게 생각하더라고. TV에서 봤어"


터널 하나도 여행에서는 이야기 꺼리다.


 "가다 힘들면 휴게소에서 쉬자. 무리해서 운전하지 말고 아빠. 여행하면서 휴게소에서 맛난 거 먹는 것도 너무 좋아, "


 "한국만큼 휴게소가 잘 되어 있는 곳은 없을 거야"


 "엄마하고 안 오니까 좀 아쉽지만 또 아빠와 둘이 여행하니 엄마 눈치 안 보고 라면에 음료수. 그리고 실컷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 너무 좋아"


 "나도 너와  똑같은 마음이야. 늘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해오고 있는데 너와 같이 하니 이 시간 자체가 즐거워"


 차 타고 여러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의 감정에 충실히 평가를 한다. 결국 우리 둘의 취향은 여행지에 유명한 곳을 찾아가 보는 게 아닌 그냥 놀고먹고 그리고 쉬고 자고 게임하는 휴양지에서 편안 시간을 보내는 취향이다.


꼭 어디를 보러 가는 것보다 여행지에서 쉰다는 개념이 우리 둘이 추구하는 여행이다.


그래서 아이는 숙소를 중요시 여긴다.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  들어가니 아이가 좋다 한다. 웰컴 드링크와 과자를 무료도 주니 기분이 더 업 되었다. 여수에서 먹고 싶다는 돌게장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니 옷도 가장 가볍게 입고 게임에 돌입한다. 어디에 가나 게임을 벗어나지 않지만 그것도 여행의 일부분이다. 실컷 하고 나도 실컷 TV를 본다. 가방에 책도 싸 왔지만 오늘은 그냥 릴랙스이다.


운전하는 몸이 많이 피곤할지 모르지만 아들과 떠난 여행의 첫날은 그냥 설렘. 즐거움. 그리고 둘만의 추억이 한 겹 더 쌓이는 시간이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되새기며 살아가겠지만 아들이 커가며 나의 곁을 서서히 떠나도 그 친구에게 아빠와 보냈던 이 시간들이 살아가는 시간에 좋은 추억이 되어 힘든 시기가 와도  추억 속에 아빠가 자기를 아끼고 믿어주고 기다려주며 서로를 이해해 갔다는 생각을 간직했으면 한다. 그런 정이 그 친구 가슴속 작은 언저리에 남아 감성이 죽지 않고 살아있는 사람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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