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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Sep 07. 2022

가을날이 추석을 몰고 오네

추석에 담긴 추억들

벌써라는 말을 꺼내기 전에 벌써 추석이 다가왔습니다.


추석이 지나면 찬 바람 불고 12월이 성큼 우리 곁에 다가오겠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을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이 다가오겠지요. 봄에 피었던 열매 꽃이 이제는 가을의 풍성한 과일로 변해서 우리 곁에 다가옵니다. 추석이면 어린 시절 송편을 빚기 위해 소나무 잎을 따다가 송편에 향을 입혔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는 밤, 콩, 녹두를 준비해서 송편 속에 넣고 추가로 아이들의 입을 즐겁게 하기 위한 달콤한 깨 속까지 준비합니다. 늘 음식 준비에 바쁘신 어머니는 온종일 부엌에서 나오시지도 못하고 부엌을 안방처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만 하셨습니다. 예전에는 부족함에서 오는 추석의 풍성함이 존재했다면 요즘은 오히려 너무 많은 것들로 채워진 세상이라 추석의 풍성함보다 오히려 정신의 부족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이었기에 부모님의 부족함에 허덕이는 상황들을 몰랐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은 부분들이 넉넉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족함이 존재하면서도 집에는 늘 손님들이 오셨고 오신 손님들에게 따뜻한 밥 한 공기는 어머니가 늘 대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나가는 분이 집에 들러 물 한잔 달라고 하면 불신의 시각보다는 그냥 물 한잔 드리며 쉬었다 가라고 하신 기억도 납니다. 부족하지만 부족함을 이야기 하기보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따뜻함을 전달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어머니는 더 그러셨던 것 같습니다. 여유로움보다는 빡빡한 삶이셨던 것이 분명한데 집으로 오시는 어느 손님에게든 따뜻함을 전달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작은 키에 작은 손을 갖고 계시지만 늘 음식을 할 때는 큰 손이셨습니다. 큰집의 며느리다 보니 가족만이 아니라 주변분들까지도 고려하여 음식을 만들기도 하셨습니다. 동네의 일들이 있으면 늘 힘든 몸을 이끌고 가셔서 밤늦게까지 음식 만들고 행사하는 것을 도와주셨고 주변에 아주머니들과의 가족 이상의 정을 나누셨습니다. 어머니가 걸어오신 길이 쉽지 않은 길이셨고 어머니가 주변에 했던 행동들이 쉽지 않은 행동들이셨지만 그게 다 덕이 되어 가족들에게 돌아오고 있는 듯합니다.


부족했지만 풍성하다는 생각은 그런 것 같습니다.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되고 혼자는 너무 버겁고 힘든 시간을 같이 나눌 수 있는 것.


그것이 존재할 때 부족했지만 풍성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시원한 물은 집을 방문하는 누구에게도 드릴 수 있는 넉넉함이 존재하고 그들에게 갈증을 해소해 주는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생각. 이런 생각이 부족했지만 풍성함을 전달해 주는 모습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작은 것들이 쌓이고 그게 모여 덕이 되고 덕이 모여 운명이 되는 것처럼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덕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시고 이 세상을 떠나신 듯합니다. 추석이 주는 추억은 많습니다. 친척들이 오면 집에 발 디딜 틈조차 없었습니다. 밤늦게까지 어르신들은 화투를 하며 밤을 새우고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귀신 놀이로 시간을 보냅니다. 또한 아이들은 집 앞 밤나무에 열린 아직 익지 않은 밤들을 따서 껍질을 벗기고 달콤한 밤을 먹는 재미에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전을 만들고 계신 어머니에게 몇 개의 전을 받아 입에 넣으면 그만큼 맛난 전은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TV에서 어떤 영화를 볼 수 있을까 궁금해하며 신문에서 TV 프로를 확인하고 TV 앞에 앉아 영화가 나오기를 기다렸던 기억도 납니다. 지금은 넷플릭스나 TV, 영화관에서 쉽게 영화들을 즐길 수 있어 기다리는 영화의 재미를 얻을 수는 없는 시절입니다.


부족함 속에서도 풍성함이 있던 추석이었지만 지금은 왠지 부족함이 없는 세상임에도 정신적 부족함을 느끼고 살아갑니다.


명절도 명절처럼 느껴지지 않고 그냥 기다려지지 않는 하루의 날로만 느껴집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물질적 풍요 속에서 가슴속 한 구석에는 허전함과 정신적 부족함이 공존하는 듯합니다. 며칠 있으면 추석이 옵니다. 늘 한가위만 같아라 하지만 세상이 고도화되고 발전할수록 정신적 허전함은 더욱 커지는 듯 느껴집니다. 그래도 가족과 보내는 추석이 조금은 더 풍성한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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