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DYK Jan 26. 2023

골목가게가 문을 닫는다. 그리고 사람들이....

골목가게가 사라지고 사람들이 사라진다.


예전에는 동네마다 골목가게가 있었다.


모퉁이에서 과자와 라면을 팔고 어른들은 술과 담배를 살 수 있는 작은 가게들이었다. 지금처럼 잘 갖추어진 편의점과는 다르다. 진열장도 나무로 직접 짠 듯하고 진열장 위에 상품들 진열도 매우 엉성했다. 한구석에는 먼지가 쌓인 과자 봉지들도 있다. 그래도 어릴 적에는 꼭 들러 주전부리를 하는 장소였다. 어른들은 여름이 되면 골목가게 평상에 앉아 소주와 맥주를 마시며 갈증을 해소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많은 곳들이 도시화되었다. 동네가 도시화될수록 빵집도 체인빵집으로 대체되었다. 동네의 골목가게도 편의점으로 바뀌어 갔다. 작은 가게들은 체인들과의 경쟁이 더욱 어려워지고 경쟁구도를 견디지 못하고 오랜 시간 해 왔던 가게들을 접기 시작했다.


아파트 상가에 있던 칠수골목가게가 사라졌다.


칠수 아저씨가 오랫동안 운영해 왔던 골목가게다. 늘 아침에 일찍 나오셔서 가게 주변을 청소하고 가게를 오픈했다. 점심때는 싸 오신 도시락을 드시면서 오래된 브라운관 tv를 보고 계셨다. 저녁 9시에는 문을 닫고 들어가셨다. 365일 매일 같이 동일한 루틴으로 가게는 오픈되었다. 어느 날 보니 칠수아저씨 가게가 사라졌다. 상가 가게의 한 구석이 빈 공간이 되어 있었다. 아저씨도 세월의 야속함을 비껴가지 못하고 자신이 오랫동안 운영하던 골목가게를 접으신 것이다. 칠수 아저씨에게는 작은 공간이지만 평생을 같이 살아온 역사가 기린 공간이셨을 것이다. 아파트 단지가 오픈했을 때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가게이다. 이제는 사라졌지만 30년이 넘은 가게였다. 아파트 단지와 역사를 같이 했던 곳이다. 하지만 이젠 그런 정감 있는 골목가게는 모두 사라졌다. 편의점과 대형 체인 빵집들이 들어와 있고 소비자들에게는 더 편리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변해 갔다.

자영업자 3명 중 1명은 폐업을 고려 중이며 폐업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업실적 감소'인 것으로 나타났고 시대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는 부분들도 폐업의 사유에 녹아있다.




아저씨가 비워진 자리에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입점을 했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아파트 단지 상가들을 채워 갔다. 벌써 3개 정도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로 바뀌고 무인 문구점들도 입점하고 있다. 사람들이 하던 가게들이 무인 가게로 대체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안타까움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주업으로 하던 일도 사라지고 그곳에 사람이 필요 없는 가게들이 들어와서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카페와 햄버거 가게도 대부분 키오스크가 들어와 사람대신 주문과 계산을 해 준다. 또한 호텔도 이제는 키오스크와 휴대폰으로 체크인 체크아웃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사람들이 서 있던 자리는 기계로 대체되고 로봇이 대체해 나가고 있다.


편의점과 대형 체인들도 동네의 구석구석을 점유하고 장사를 하고 있다.


체인이 아니고서는 작은 가게들이 힘들어한다. 브랜드 파워도 체인보다 못하고 상품 구성도 체인보다 못하다. 공간의 디자인도 체인보다 못하다. 결국 체인점들과 경쟁하려고 하면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가게를 운영하지 않으면 절대로 파워풀한 체인을 이길 수 없다. 또한 기계들이 할 수 있는 일들로 대체될 수 있는 가게들은 사람을 써서는 절대 무인가게들을 이길 수 없다. 사람들이 일로서 서 있던 곳이 적어지는 현상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변화이다.


칠수아저씨는 가게를 직접 운영한 가게 주인이셨다.
자신의 이름으로 장사를 하셨던 분이셨다.


가게를 직접 사장님이 운영하고 경영을 하셨던 가게이다. 하지만 사회의 변화 속에 스스로의 경쟁력을 잃고 사라지게 된 것이다. 가게를 운영할수록 본인도 지치고 수익구조도 좋아지지 않은 상태를 겪으면서 두 손을 들고 포기를 하신 것이다. 이런 흐름을 멈추고 지체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예전의 칠수아저씨 가게가 호황이었던 시절을 다시 재연할 수는 없다. 칠수아저씨에게는 본업을 잃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주변의 환경들은 변해가고 있다. 사람들이 본업으로 하던 일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일들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 사람들이 많이 필요했던 일들은 줄어들고 기계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은 증가되고 있다.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경제적 활동이 축소되고 있다. 언젠가는 기계들이 사람들을 대체할 수 있다. AI 혁명이 진행되고 있어 그런 시대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지금의 직장 생활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굳이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큰 공간을 차지하고 일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AI가 사람보다 정보 분석력이 더 뛰어나고 분석을 통해 액션플랜까지 짤 수 있는 시대이다. 굳이 사람이 컴퓨터를 만지며 보고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 툴만 잘 사용하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 시대이다. 직장 내 관리자도 필요 없어지고 극소수가 툴을 활용하여 많은 업무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해야 할 일들이 정해지고 분석되면 모든 것들은 기계를 앞세운 전문 외주 업체를 통해 실행되면 된다. 그럼 사람들의 일자리는 축소되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GPT-3는 거의 인간에 준하는 수준의 이해력과 문장력을 갖춘 글을 선보여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는 GPT-3에게 ‘사피엔스’ 10주년판 서문을 작성하도록 했는데 유발 하라리가 직접 썼다고 해도 손색없는 수준의 글이 나왔다. 유발 하라리는 AI가 쓴 서문에 대해 “글을 읽는 동안 충격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며 “AI 혁명이 전 세계에 휘몰아치고, 이 혁명은 우리가 알던 방식의 인류 역사가 끝났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_ 구글의 시대 끝났다” 평가 나온 Chat GPT… AI 대화가 검색 대체할까-조선비즈 . 이종현기자. 22.12.6



인구가 줄어든다.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다.
년간 0.8명이라는 숫자는 심각한 수치이다.


인구가 줄면서 기계와 AI의 역할은 더 극대화될 것이다. 사람은 그것들이 할 수 없는 일들로 몰릴 수밖에 없다. 어느 학자는 이런 말을 한다. "미래에는 일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다"라고. 동네에 칠수아저씨 가게가 사라지고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들어왔다. 무인가게에는 사람이 없고 기계와 CCTV만 돌아간다. 사람들이 사라질수록 사람과의 대화도 줄어들고 가게에 있던 사람들의 삶도 달라진다.


사람들이 사라진다. 사람들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인사를 나누고 정을 나누는 기회는 더 빨리 사라지고 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궁금해하는 일도 별로 없다. 사람들이 사라진다. 오히려 미래에는 사람들이 그리워질 것이다. 오히려 사람들이 너무 그리워 외롭기까지 할 것이다. 그런 외로움도 기계가 대체한다고 말하면 할 말이 없다. 심장이 살아 숨 쉬는 그런 인간이 그리워질 수 있다. 사람의 정을 잊어가는 시대에 오히려 사람을 이야기하는 스스로도 시대를 앞서 가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칠수아저씨 골목가게가 사라지면서 작은 역사도 사라졌다. 사람의 흔적이 그리워지는 시대가 우리 곁에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리뷰. 책요약]송길영. 그냥 하지 말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