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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Mar 07. 2023

우리 몸에 대한 예의

과함보다 부족한 것이 건강하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저녁 약속이 끊임없이 잡힌다.


윗분들과의 식사자리도 있지만 후배들과의 자리도 많다. 내 소속 후배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점심과 저녁 자리는 계속이다. 그들에게는 한 번일지라도 나에게는 연속이다. 그래도 편안 선배나 후배들을 만나면 그 자리가 부담스럽지 않다. 저녁에는 자연스럽게 술이 들어간다. 적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워낙 배부른 포만감을 너무 부담스러워하는 스타일이라 적게 먹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먹다 보면 배가 부르다. 배부른 상태로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가면 소화가 되지 않은 음식들이 배 속에 들어 있는 느낌이 든다. 그런 느낌이 너무 부담스럽다. 기분 좋다기보다 기분이 나쁘다. 그렇다고 늦은 시간에 잠을 자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건강을 위한 음식의 분량은 그대가 식탁에서 일어섰을 때 좀 더 먹고 싶다 하는 정도로 하라_톨스토이


 아침, 점심, 저녁에 사람은 음식을 섭취한다. 지속적으로 배 속에 음식을 집어넣고 있다.


과거와는 다르게 너무 풍족한 삶을 살고 있기에 먹을 것이 지천에 널려 있다. 쉬는 시간조차도 과자나 음료수가 손에 잡혀 있고 편의점에서 파는 인스턴트식품들이 배로 들어간다. 솔직히 과하다. 유튜브에서는 먹방 방송이 호황을 누린다. 사람의 신체가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수없이 많은 음식이 매일 배 속으로 들어가고 건강에 좋지 않은 술과 담배가 신체에 들어가는데 몇 십 년을 멀쩡하게 살아간다는 게 신기하기까지 하다. 어떨 때는 신체를 테스트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신체에 좋지 않은 음식을 투하한다. 짜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배가 터지도록 먹는다.



혹시 우리는 신체에 죄를 짓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본다.


장기와 혈관에 좋지 않은 음식들을 계속 넣고 있다. 아침, 점심, 저녁을 먹고 배부른 상태가 계속된다. 장기는 쉴 시간이 없다. 사람도 쉬어야 에너지가 충전이 되는데 우리의 장기에 쉴 시간을 주고 있지 않다. 장기가 생기가 돌도록 과한 음식을 처리할 수 있도록 운동이라도 해야 하지만 움직임도 최소화시키며 앉아 있는 시간을 더 늘린다. 편안 자세라고 하지만 신체에는 독이다. 앉아 있고 누워있고 걷는 시간은 더욱 줄어든다. 저녁 자리에서 알코올이 들어간 술을 신체에 부어버린다. 먹는 양도 어마어마하다. 뇌까지 알코올로 무감각하게 만든다. 멀쩡한 신체가 여러모로 피곤하고 힘들다. 세일즈 부서는 영업을 위해 매일 몸에 알코올을 넣는다. 쉴 새 없다. 매일 먹다 보니 알코올에 신체가 면역력이 생긴다. 스스로가 술에 강해졌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착각이다. 술에 장사 없다. 몸이 혹사당하는 것이다.


주말에는 배달 음식을 주로 먹는다. 집에서 식사를 만드는 것이 귀찮다. 그리고 번거롭다. 세상에는 다양한 음식들이 널려 있다. 너무 풍족하다. 금요일 저녁에는 치킨과 맥주가 자리를 한다. 토요일은 기름진 중국음식이나 햄버거가 자리를 잡는다. 일요일은 스파게티와 빵이 배의 허기를 채운다. 간혹 혼술까지 한다. 어느새 몸은 부풀러 오른다. 너무 과하다. 신체에 피곤함이 쌓여가고 몸에는 나트륨과 기름기가 쌓여간다. 집밥은 조금씩 자리를 잃어간다. 가장 염도가 낮고 건강한 것이 집밥이다. 외식은 무조건 자극적으로 만들어야 사람들의 평가가 좋다. 결국 몸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


평생을 이렇게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가 우리의 몸에 죄를 짓고 사는 것일 수 있다.


유튜브에 먹방이 인기다. 또한 반대로 소식자가 뜨고 있다. 먹방의 과함이 오히려 소식자라는 반대급부를 띄우고 있다. 소식을 통해 건강한 삶을 살아가려는 라이프스타일도 다른 분야로 부각되고 있다. 사람은 먹는 것을 통해 행복감을 느낀다. 먹는 것은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 행위이다. 신체가 신비해서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명확하다. 이런 생리적 과정이 정상적으로 움직여지지 않으면 신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과하면 늘 문제가 발생한다. 풍족한 삶이 오히려 신체에 죄를 짓고 있다.


짜장면 2900원 짬뽕, 간짜장, 볶음밥은 3900원. 고물가 시대에 이상하리 만큼 싼 한 중식당의 메뉴판이 눈에 띈다. 이름도 ‘쩜오각’인 이곳은 입 짧은 소식좌들을 위한 ‘0.5인분’ 식당이다. 이곳 업주는 “많이 먹는 것보다는 조금씩 다양한 시식을 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것이다”라며 0.5인분 메뉴를 개발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쩜오각’을 방문했던 우시연 씨는 “평상시에 1인분을 주문하면 항상 남겼었는데 0.5인분 메뉴로 식사를 하니 음식물 쓰레기도 줄고 돈도 절약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_짜장면 0.5인분 주세요. 소식좌 위한 반인분 시대 열렸다. 김지혜. 23.2.17. 스냅타임


오래 살기 위한 소식이 아니라 신체에 조금은 부담을 줄여주는 배려로서 소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적어도 우리를 살게 해 주는 몸에 휴식과 편안함을 주는 예의는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뭐 먹는 것이 행복의 넘버 원이라면 어쩔 수 없다. 먹는 것을 신체가 다 받아주고 이해하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것이던 과하면 탈이 나고 지치는 것이다. 소식은 우리 신체에 대한 예의이다. 매번 소식은 아닐지라도 몸을 쉴 수 있도록 휴가를 줄 필요는 있다. 디톡스가 필요하다. 풍족한 현대인들에게 신체는 좀 부족함을 느끼도록 하여 스스로가 쉴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


오늘 하루 나는 몸에 죄를 짓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자문해본다.


 이미 배는 채워져 있음에도 자리에 주전부리가 있고 먹고 또 먹고 있지는 않은가? 신선하고 자연스러운 야채와 과일이 내 몸속을 깨끗이 해 주고 싶지만 계속 인스턴트를 넣고 있지는 않은지? 오늘 하루는 저녁을 잊고 그냥 가벼운 몸으로 잠을 취하려 한다. 작은 예의라도 내 몸에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가벼운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기회를 나의 몸에 주고 싶다. 이런 고난에도 잘 버텨주는 나의 신체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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