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는 순수함이다.
느리게 가는 데 걷는 것만큼 좋은 건 일찍이 없었다. 걷기 위해서는 두 다리만 있으면 된다. 다른 건 일체 필요 없다. 더 빨리 가고 싶다고? 그럼 걷지 말고 다른 걸 하라. 구르든지, 미끄러지든지, 날아라. 걷지 마라. 그러고 나서 중요한 건 오직 하늘의 강렬함, 풍경의 찬란함뿐이다. 걷는 것은 스포츠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은 일단 한번 몸을 일으켰다 하면 그냥 가만히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프레데리크 그로 지음>
걷는 것만이 우리가 필요불가결한 것의 환상에서 벗어나도록 해준다.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프레데리크 그로 지음>
오랫동안 걷다 보면 이 포기의 자유가 어렴풋이 느껴진다. 오랫동안 걷다 보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갔는지,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하는지를 더 이상 알 수 없는 순간이 온다. 꼭 필요한 것들의 무게가 양어깨에 느껴지면,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렇게 며칠이라도, 몇백 년이라도 계속 걸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낀다. 바로 그때 우리는 우리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왜 가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프레데리크 그로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