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DYK Sep 30. 2023

가을 날씨가 전달하는 배낭여행의 추억들

감각이 기억을 살린다.

새벽에 비가 축척축척 내린다. 날씨도 선선하고 가을이 온다는 느낌보다는 겨울로 향한다는 느낌이 다가온다.


 대학시절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가 혈혈단신 혼자 비행기표와 유로패스를 끊고 유럽 배낭여행을 1달 동안 간 적이 있었다. 한참 배낭여행이 시작되는 그런 시절이었다.


과외를 하면서 꽁꽁 묶어놓았던 돈을 배낭여행을 위해 풀어헤쳤다. 휴학을 한 학기하고 10월쯤 떠난 여행이었는데 여행을 혼자 준비하면서  두려움은 조금씩 사라졌지만 막상 첫 여행지 영국을 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그 두려움이 커져만 갔다.


도착한 영국의 날씨는 지금 한국의 날씨처럼 비가 축척축척 내리고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불었던 기억이 난다. 영국도시를 걸어 다니면서 가을날씨의 변덕에 힘들어했고 네덜란드와 독일에서는 비가 온후 쌀쌀한 가을 날씨에 두터운 점퍼를 입고 다녔던 기억난다.


배낭여행을 갔다 온 지 27년쯤 지났지만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아침 출근길에 그때의 추억이 되살아 나기도 한다.


혼자 배낭여행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자신감에 넘쳤던 젊은 시절이 오랜 시간의 추억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가을의 선선한 바람에 갑자기 그 시절이 생각이 난다.


아직도 청춘의 경험이 준 추억들이 어느 세포에 남아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지금처럼 조금의 여윳돈으로 맛집을 찾아다닐 수 있는 시절이 아니다 보니 가장 저렴하고 가장 가성비 좋은 방법들을 찾고 다녔다. 유럽의 맛집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빠듯한 예산으로 식사를 하기 위해 저렴한 맥도널드 하나로 식사를 때우기도 했고 식빵에 쨈을 발라먹으며 관광지를 혼자 거닐었던 기억도 난다.


혼자 배낭여행 한다는 게 만만하지는 않았다. 유럽여행을 혼자 스케줄링하고 일정에 맞게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낯선 환경에서 적응해 나가는 연속이었다. 야간 기차를 타면 혹시나 강도나 만날까 봐 긴장 속에 잠들어야 했던 기억이 난다.  


여행동안 아침의 시작은 날씨를 체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대학 시절 유럽의 10월 날씨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있었다. 그 시절 혼자 걸닐던 시간들이 지금의 선선한 아침 바람에 나의 감성을 자극한다. 젊었을 때의 추억을 불러오고 나에게 속삭인다.


"가을은 우리에게 추억을 전달한다고.."


우리의 세포에 살아있는 감성 유전자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크게 찾아온다. 잊고 지내던 기억들이 내 주변을 감싸고 낙엽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해 본다.


가을의 단풍들은 우리 삶의 화려함을 서서히 흩뿌린다. 사라지는 것을 말하듯 지나온 시간들이 하나하나 작은 조각들로 남겨진다. 


 우리의 감성  세포 속에 숨어 있던  옛 시절 기억들이 밖으로 나오면 갑자기 마음이 묘해지고 그 시절을 그리워하게 된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추억들이지만 그런 추억들을 만들었던 시간들이 매우 소중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가을이란 계절이 전달해 주는 이야기가 우리의 가슴에 파동을 일으키고 어린 시절 우리의 추억들이 다시 되살아 난다.


 가을의 이야기를 우리는 전설이라고 부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은 변화가 주는 행복.. 설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