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터널이 나의 감각을 어둠으로 닫아놓지만다시 터널을 벗어나면 넓은 들판과 산이 보인다. SRT를 타고 대전을 내려가는 짧은 시간조차 밖의 풍경을 보기 보다 휴대폰 화면에 시선을 뺏긴다. 언제부터인가 가방에 책을 가져 다니는 습관이 휴대폰 충전기를 챙기는 습관으로 변해 버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휴대폰에 대한 집착은 커져만 간다. 기차 안의 대부분 사람들조차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휴대폰을 닫고 밖의 풍경을 바라본다.
푸르렀던 논이 노란 벼이삭으로 물들었고 저 멀리 산들은 알록달록 단풍이 물들어 가을의 이미지 사진을 만들고 있다. 깊고 넓은 파란 물감으로 드넓은 하늘을 물들여놓아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흰색 구름은 푸른 바탕을 등에 업고 듬성듬성 자리하며 천천히 바람에 흘러간다.
잠시 밖을 쳐다보면 보이는 장면들인데 기차를 타기 전부터 내릴 때까지 휴대폰에 나오는 블루라이트에 매료되어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이 주는 무의미한 단어들과 장면들이 일상을 차지하고 있고 눈은 휴대폰의 가시광선에 노출되어 쉴 시간을 찾지 못한다. 뇌는 스쳐 지나가는 내용들에 정신없이 바쁘고 피로도는 증가된다.
삶에 여유가 없어지는 느낌이다.
여유롭게 하늘을 보고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보며 가을을 느껴야 하나 우린 그럴 시간조차 작은 휴대폰의 세상 속에 빠져 있다. 기차 밖의 풍경은 우리에게 말을 건다.
"자연은 자신의 시간에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라고 말한다.
기차 밖을 보고 있으니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이 기분을 좋게 한다. 노란 벼이삭들이 영글어가는 들판은 풍요로움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인간의 나이 들어감을 자세히 설명하는 듯하다. 푸른 하늘과 흰구름은 인간이 어딘가로 날아가고 싶은 욕망을 같이 공감하며 사람의 감정을 흔들어 놓는다.
가을이 센티한 계절이라고 하는데 그건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감정일 것이다.
가을은 가을로서 그대로 있지만 우리가 나이가 들어가며 추억들이 겹겹이 쌓여가는 시간에 대한 느낌일 것이다. 가을 하늘과 가을 들녘은 그대로 그 시간에 우리들 곁에 다가오지만 한해 한해 보내지는 시간들의 축척은 달라지는 우리들의 마음을 가을이라는 계절에 담고 있다.
기차 밖 가을 풍경에 우리의 바쁨을 잠시 던져 버리고 가슴속 여유로움을 되찾아 본다.
휴대폰을 바라보는 가까운 시선의 피곤함에서 멀리 보는 시원함의 눈으로 잠시 시간을 갖는다. 자연의 가치를 몸으로 느끼며 그 속에 살아가는 나를 되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