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DYK Apr 13. 2024

혼자 살아가는 것이 자연과 만날 때 넉넉함으로 다가온다

아침의 새소리, 산, 그리고 나이 들어감의 넉넉함

나이가 들면 자신에게 너그러워져야 한다. 너그러움에는 나의 지난 잘못을 마주 할 수 있는 것도 포함된다. 나 자신을 솔직히 바라볼 수 있다면 진짜 제대로 나이를 먹은 것이다.<이근후 교수>


아직 어두운 새벽임에도 눈을 뜨게 됩니다. 새벽에 눈 뜨는 게 어색하지 않습니다. 시계의 알람 없이도 혼자서 잠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창문을 여는 것입니다. 서울에 살 때는 창문을 열면 차들의 시끄러운 소리와 탁한 공기가 집안으로 들어왔지만 지금 일하는 곳은 새소리와 청명한 공기가 숙소를 감쌉니다.


밖을 바라보면 큰 산이 자신의 위용을 당당히 드러내고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산은 하루하루의 풍경이 다릅니다. 자신의 감정들을 풍경 속에 담아 자신의 모습을 다르게 표현합니다. 새벽에 일어나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며 새들의 지저김을 듣다 보면 가슴속이 정화됩니다.


밖의 청명한 공기가 방으로 들어오면 밤새 닫혀 있던 실내의 답답했던 공기가 숨을 쉬려고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방의 공기가 순환되고 방 안에 있는 물건들도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냥 창 밖의 풍경에 아무 말 없이 멍하니 5분 정도를 바라보고 있으면 심적 안정감이 새롭게 돋아납니다.


태어나고 살아온 곳이 자연의 품이지만 우리는 도심에 살면서 많은 것들을 잊고 지내온 듯합니다. 불필요한 것들에 노출되고 불필요한 것들에 욕심을 부리며 자신의 시간들을 소모하고 지냈습니다. 심플하고 미니멀하게 살아가도 되는 것을 도심의 환경에 던져지게 되면서 어느샌가 급해지고 자신의 본모습을 잃게 되며 그 환경에 적응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절차와 행동들, 그리고 물건들을 줄여도 자신의 시간들이 오히려 풍족해질 수 있으나 그러지 못하는 게 지금 우리들의 삶인 듯합니다. 출근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출근해서도 정신없이 테크 디바이스에 빠져 시간을 보냅니다.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피곤한 아침이 찾아오고 그런 삶이 반복이 됩니다. 그게 삶이기에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자연이란 환경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잊고 살아가게 됩니다.



열린 창문 앞에 서서 조용히 밖의 세상을 바라봅니다. 새소리가 여기저기 들리고 아침 새소리의 청명함이 귀에 끼어 있던 먼지들을 씻어 줍니다. 시원한 공기가 방으로 들어오면 밤새 움츠렸던 얼굴이 미소로 변합니다. 자연의 아침은 우리에게 살아 있다는 감정을 돋아나게 하고 자연 속에 자신의 오염된 부분들을 조금씩 씻어내게 합니다.


겨울 차가운 공기는 우리의 어리숙한 마음들을 야단치기도 하지만 꽃이 피는 봄의 아침 공기는 우리들 마음을 어머니처럼 안아주며 숨겨 놓았던 감성세포들을 자극합니다. 벚꽃이 하얗게 피고 하얀 눈처럼 바람에 휘날리는 봄은 쉬지 않고 달려온 나를 스스로 바라보게 합니다.


'벌써 이렇게 나이가 먹었나' 하며 스스로 웃음 짓게 하지만 나이 들어감이 자연 속에 존재하니 넉넉함으로 다가옵니다. 하루하루가 지나고 월이 년이 될 때마다 나이라는 것이 순간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선명해집니다.


 나이 들어감은 자연의 흐름 속에 자신이 하나의 자연이 되어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혼자 살며 나이 드는 자신을 자연에 일치시키며 살아갈 때 자신을 자연 속에서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혼자라서 자신을 옭매이는 것이 아니라 혼자라서 자신을 넉넉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들을 줄 수 있지 않을합니다.


혼자 사는 것이 채워진 넉넉함의 삶이 아닙니다. 부족하지만 가볍고 불필요함을 줄일 수 있는 선택을 스스로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넉넉함입니다.


 자연이 곁에 있을 때 혼자 사는 삶은 외로움보다는 풍요로움으로 그리고 넉넉함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청명한 아침의 새소리, 저 멀리 보이는 구름 속의 산 풍경, 그리고 혼자라는 자신의 시간들이 모여 오늘 하루가 넉넉해집니다.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나이 들어감이 여유로움으로 채워집니다.


오늘 아침 새소리의 지저김이 온몸의 파동을 행복 파동으로 이끌어 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냉수로 아침을 깨우는 시간_혼자 사는 일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