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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Jul 19. 2024

청춘이 아름다운 이유

건축학개론. 영화  속  청춘

인간의 생물학적 고독에 대해 이해를 했으면서도 그대는, 어두운 숲 속에서 눈을 감고 기도한다. 이것이 가설에 불과하기를, 그대는 터널처럼 외로운 날들을 통과하며, 터널 밖의 외로움이 더 헛헛할까 봐 미리 불안해하고, 그 터널 속에서 손전등이 방전될까 봐 더더욱 불안해하지만, 또각또각 일보일보 전진한다.

그대에겐 모든 유년의 기억도 한꺼번에 불어 닥치고, 해내야만 할 일도 한꺼번에 불어 닥친다. 비와 폭풍우 속에서 그대는 그대 몫의 생에 무책임하고 싶어지고 동시에 완벽하게 책임지고 싶어 져서, 폭풍 전야처럼 하루하루 비장하고, 폭풍에 내맡겨진 나무들처럼 흔들린다. <마음사전 중 20대_김소연 저>



오래전 보았던 영화를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의 풋풋한 대학생들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첫사랑이라는 이야기로 아름답게 만든 영화입니다. '건축학개론'입니다.


청춘은 아프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한 시간입니다.


풋풋합니다. 아직 익지 않고 어리숙하기도 합니다. 실수투성이에 두렵기까지 합니다. 자신이 어디로 갈지 모르기도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경험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풋풋한 청년에게 예쁜 여자친구가 생겼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들킬까 봐 걱정스러워합니다. 들키는 게 더 좋을 텐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게 두렵고 고민스럽습니다. 고백할 시점을 자꾸 놓쳐 버립니다. 이게 사랑인가 생각하기도 합니다. 정말 순수하고 풋풋합니다.


그리고 첫사랑과의 인연을 스스로 주저하다 놓치게 됩니다. 아파하고 슬퍼합니다. 자신의 숨겨왔던 마음이 그녀에서 이루어지지 못하자 집에 누워 앓게 됩니다. 다시는 첫사랑을 보지 않게 다고 다짐하며 스스로를 가둬 둡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서로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순수하고 풋풋했던 시절의 추억을 잊지 않고 옛 첫사랑이 찾아옵니다. 대학시절 청년은 건축학 전공자였고 둘은 대학 1학년때 건축학개론을 들으며 친해졌습니다. 그는 지금은 건축회사에서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대학시절 그녀가 원하는 집을 만들어 주기로 서로 약속을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합니다. 잊고 있던 첫사랑이 불쑥 나타나니 혼란스럽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제주도에 원하는 집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합니다. 많은 시간이 흘러 서로에게는 다른 삶을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숨겨 놓았던 대학시절 풋풋함의 추억들은 아직도 그 둘에게 남아 있습니다.


그녀는 이혼을 했고 남자는 결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둘은 달라진 환경에 살아가지만 집을 지어가며 그들이 갖고 있던 추억들과 오해들, 순수했던 순간들을 끄집어냅니다. 기억에 아직도 그 둘의 앨범은 남아 있습니다. 서로를 기억하며 서로에 대한 감정선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집을 다 짓고는 서로의 추억들을 아름답게 간직하며 서로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청춘은 풋풋합니다. 그리고 어리숙합니다. 그래서 아파합니다. 두렵고 앞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청춘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청춘들은 모릅니다. 그 모든 순간들은 자신들이 성숙해지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들이 모여 자신이 된다는 것을 아직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과거의 시간들은 우리 모두에게 추억이 되고 우린 그 추억을 잊지 않으며 자신의 가슴속에 감정의 앨범을 만들어 놓고 살아갑니다.


그대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그대를 아름답게 하는 것이 푸르게 젊은 그 육체가 아니라 그 모든 허기와 갈증임을 그대는 도통 모른다. 말해줘야만 겨우 확인 가능해지는 그 비루한 흔들림을 알기에 부드럽고 달콤한 칭찬 한마디를 건네면, 순정을 다해 환하게 짧게 웃는다.

아이스크림과 치즈케이크와 초콜릿과 와플 앞에서처럼, 그대는 젊은 육체를 과신하는 그만큼, 자괴감이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로 호명하고 있을 그대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한다. 그래서 언제나 버거운 상대와 겨루고 있는 듯한 팽팽함과 피곤으로 인해 한숨을 푹푹 내쉬며, 날을 세운 감정들이 식음땀처럼 얼굴에서 뚝뚝 떨어진다. <마음사전 중 20대_김소연 저>


우리는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갑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추억이 떠오릅니다. 추억의 감정이 느껴질 때는 가슴속 앨범을 꺼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그 순간들의 아름다움이 그리워지기에 눈물이 감정이 됩니다.



청춘의 풋풋함과 미완성의 아파함이 존재했던 20대의 시간이 그리워집니다. 아직은 성숙하지 않은 과일이지만 파란 사과가 붉은 사과가 되듯 그렇게 우리의 시간은 익어갑니다.


청춘은 너무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 시간들을 자신들의 시간으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아파하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그 청춘을 내 던져 버리지 말고 자신의 시간으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자신의 시간으로 만들어 간다는 것은 청춘이란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사랑도 하고 도전도 하고 아파하며 성숙해지기도 하는 자신의 추억앨범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 앨범이 살아가며 당신의 메말라 있는 감정을 풍부하게 하며 아름다운 자신만의 추억 세상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추억을 간직한 앨범은 당신의 삶을 뜨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건축학개론'에서 흘러나오는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들으며 오늘 아침 잠시 추억에 잠겨 봅니다.


이젠 버틸 수 없다고
휑한 웃음으로 내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았지만

이젠 말할 수 있는 걸
너의 슬픈 눈빛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걸
나에게 말해 봐
너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마큼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 마음속으로 쓰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생각이 나겠지
너무 커버린 미래의 그 꿈들 속으로 잊혀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
 <기억의 습작_전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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