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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Sep 06. 2024

여행의 이유

떠남과 설렘, 여행은 우리 곁에 늘 존재한다.

직장 내에서 하루를 쉬는 것조차 팀장과 선임들 눈치 보며 자기 검열을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연차 올리는 품의조차도 올릴까 말까 고민하고 주저했으며 팀장에게 언제 말해야 할지도 눈치 보며 타이밍을 보았습니다. 본인이 써야 할 권리조차도 주변 사람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연차 쓰고 휴가 보내는 것이 매우 유연해졌습니다. 회사에서도 연차 쓰는 것을 권장하기까지 합니다. 인기가 많은 'SNL 90년 X오피스'라는 프로그램에서 90년와 현재의 사무실을 비교하는 웃긴 장면이 등장합니다.


 90년대는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팀장의 말은 왕이 내린 철칙처럼 직원들이 행동합니다. 여성들은 커피를 타오고 남성들은 커피를 요청하는 게 당연한 관례였습니다. 식당에 가면 팀장이 시키는 음식으로 모두가 통일됩니다. "나는 짜장면" 하면 모두가 같은 대답입니다. "저도 짜장면" 누구도 토를 달지 않습니다. 그냥 모두가 통일된 메뉴가 됩니다.


단계별 위계질서를 중요시 여겼던 과거시절이었습니다. 직급의 권위에 어긋나는 언행은 하지 않았습니다. 자율보다는 타율이 강하게 좌우되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연히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럽다고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세상의 변화가 시작되었고 국민 의식도 변해갔습니다. 개인의 권리를 인정해 주고 개인들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안 좋았던 관례들이 사라지고 사회가 많이 투명해지려고 했습니다. 다양한 분야들의 시선과 의견들이 모아지고 사회가 개선되고 성장해 나갔습니다.


당연히 직장도 변화를 맞이했고 직급의 형태도 달라지며 각 개인의 역할도 변해갔습니다. 조직문화에 대한 의식도 달라지고 많은 부분들이 예전의 관례들을 사라지게 했습니다. 개인의 의미를 단체의 의미와 분리해서 보고 개인 권리와 존엄성에 사회는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습니다.


당연히 자신의 권리인 휴가와 연차 쓰는 것이 누구의 눈치를 보는 일은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식들이 많은 직장에서도 자리를 잡게 됩니다.


더운 여름휴가 시즌이 끝났습니다. 과거에는 여름휴가 시즌이 한정되고 갈 곳이 다양하지 않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같은 휴가지로 몰려 휴가를 떠나는 시즌만 되면 도로에서 차가 막혀 오도가도 못했었습니다. 도로가 막히고 가는 곳마다 인산인해였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휴가시즌도 분산되고 가 볼 수 있는 휴가지가 다양해졌습니다. 해외 나가는 것조차 너무 편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과거의 병목 현상 같은 일은 적어지고 휴가시즌을 달리해서 움직이는 가족들도 많아졌습니다. 언제라도 연차를 써서 훌쩍 여행을 해도 되는 시절이 되었기에 꼭 휴가시즌을 고집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여행은 늘 떠나기 전 설레는 마음이 존재합니다.

https://brunch.co.kr/@woodyk/397




초등학교 때 여행이란 학교에서의 소풍이 전부였습니다. 소풍 날짜가 정해지면 그날이 너무 기다려졌습니다. 어머니가 싸주시던 김밥 도시락, 동네 구멍가게에서 사주시던 병으로 된 환타, 사이다, 맛동산 등 그날만 특별히 먹는 간식들이었습니다.


특히 어딘가 떠나서 먹는 김밥과 음료, 과자들은 특별히 맛있습니다. 떠나기 전날부터 내일 비가 오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소풍이라는 여행의 설렘을 비가 침범하지 않도록 하늘에 기원을 합니다. 그리고 아침에 친구들과 모여 떠나는 소풍은 행복이었습니다.


먹을게 흔하다고 편안하게 떠난다고 용돈이 많다고 즐거운 여행은 아닙니다. 과거에는 당연히 여유롭지 않은 시절이었습니다. 김밥과 환타, 그리고 떠나는 설렘만 있으면 행복했습니다. 장소가 산이던 계곡이던 그냥 떠나는 것이 설렘입니다.


시대가 달라지고 세상이 변했습니다. 스스로도 달라진 환경에서 달라진 의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풍요롭고 흔해진 일상들이 당연하다는 듯 과거를 잊고 살아갑니다. 불편하고 어려웠던 과거는 잊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편해진 삶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는 감정은 남아 있습니다. 아마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을 같습니다.



                                                                            





여행은 떠남을 이야기하고 그 떠남 속에 설렘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주변이 변해 가고 의식이 변해가도 우리에게 여행은 떠남의 설렘을 전달해 줍니다. 여행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낯선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것도 여행이고 혼자 길을 걷는 것도 여행이며 창가 밖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지금의 나를 생각하는 것도 여행입니다.


여행은 떠남입니다.


지금 서 있는 자리가 아닌 정신적, 육체적 이동이 존재하는 것이라면 모두가 여행입니다. 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가야만 여행은 아닙니다. 일상 속에서 떠남을 이야기하는 것이 모두 여행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늘 여행은 존재합니다.


과거 시절에는 상꼰대 같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존재하는 사회였지만 그 시절에도 여행은 우리에게 낭만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대식구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부모님들의 고단함에 여행이라는 단어조차 생각하기 힘든 시절이었지만 부모님들은 인생이란 여행 속에서 울고 미소 지으며 자식을 키우는 여행을 하셨던 것입니다.


여행은 떠남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여행을,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여행을, 가보지 못한 곳으로의 여행을, 떠남이 존재하고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되는 여행은 우리 곁에 늘 존재했습니다.


지금 살아가는 이 시간조차 다 우리가 여행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행이 끝나는 날은 우리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작가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길 위의 날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인간은 끝없이 이동해 왔고 그런 본능은 우리 몸에 새겨져 있다. 여행은 어디로든 움직여야 생존을 도모할 수 있었다. 인류가 현대에 남긴 진화의 흔적이고 문화일지 모른다.

피곤하고 위험한 데다 비용도 많이 들지만 여전히 인간은 여행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미래에 대한 근심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줄이고 현재에 집중할 때, 인간은 흔들림 없는 평온의 상태에 근접한다.

여행은 분명한 시작과 끝이 있다는 점에서 소설과 닮았다. 설렘과 흥분  속에서 낯선 세계로 들어가고, 그 세계를 천천히 알아가다가 원래 출발했던 지점으로 안전하게 돌아온다.



자신의 삶의 여행을 때는 휴가철의 분주함이 아닌 일상의 작은 행복들을 느끼며 자신이 서 있는  시간에 떠남의 설렘을 느끼며 살면 그것만으로도 삶의 여행은 의미 있습니다. 


 일상이란 여행 자체가 행복입니다. 그렇게 일상 여행을 떠나며 살아가면 됩니다. 삶의 여유로운 여행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고 우리 곁에 가까이 있습니다.




새벽에 내리는 빗줄기와 비의 음률이 일상의 행복한 여행을 떠나라고 재촉합니다. 자연의 순수함이 그대로 마음속으로 전달됩니다.


오늘 일상의 여행을 떠나려고 합니다. 그렇게 일상 여행을 즐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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