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폼나게, 혼자

『혼자여서 괜찮은 날들』

by 박동욱

가끔 생각한다.
나는 혼자 살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어쩌다 보니 혼자가 된 걸까.

누가 묻는다면 대답은 늘 애매하다.
“글쎄요. 그냥 그렇게 됐네요.”

처음엔 계획된 혼자였다고 말하고 싶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여행을 다녔다.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누군가에게 외로워 보이고 싶지 않았고, 불쌍해 보이기도 싫었다.
그래서 괜히 웃으며 말했다.
“요즘은 혼자가 대세잖아요?”

그 웃음이 진심이던 적은 드물었다.
혼자 밥을 먹다 젓가락을 놓고, 켜놓은 TV가 방 안을 메워도
허전함이 사라지지 않던 날들.
누군가의 뒷모습이 괜히 오래 눈에 밟히고,
생일 초를 끄며 ‘내년에는 누군가와 함께였으면’ 하는 바람이 들 때,
비로소 알게 됐다.
내가 원한 건 ‘혼자’가 아니라, ‘존중받는 혼자’였다는 걸.

그래서 이제는 정직하게 말한다.
나는 혼자고, 그 혼자라는 삶을
조금 더 품격 있게, 조금 더 나답게 살고 싶다.
그게 이 글을 쓰게 된 첫 번째 이유다.

나는 올해 마흔여덟이다.
누군가는 이 나이를 ‘애매한 중년’이라 말한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어정쩡한 시기.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엔 늦은 것 같고,
지금 가진 걸 유지하자니 마음이 쿡쿡 찔리는 시간.

하지만 나는 이 시기를 “아주 매력적인 과도기” 라 부른다.
경험은 쌓였고, 불필요한 열정은 정리됐다.
‘남이 뭐라 하든’에 대한 면역력도 생겼고,
‘무엇이 내게 중요한지’에 대한 감각도 또렷해졌다.
무엇보다,
혼자의 삶을 내 방식대로 살아낼 용기가 생겼다.

혼자 살아보면 안다.
침묵이 얼마나 큰 소리인지.
기척 없는 시간들이 얼마나 무게감 있는지.
내가 내 삶을 책임진다는 말이 어떤 고독을 품고 있는지.

동시에 이런 것도 배운다.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고 꾸미는 나만의 공간,
마음껏 게으를 수 있는 휴일 오후,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나 자신과의 대화.

가끔 누군가 묻는다.
“결혼 안 하셨어요?”
“왜요? 성격 좋아 보이시는데…”
이제는 웃으며 답한다.
“그냥, 타이밍이 안 맞았나 봐요.
대신 저는 지금, 혼자서도 꽤 잘 살고 있어요.”

이 책은 ‘혼자 살아가는 기술’에 대한 내 기록이다.
혼자의 삶을 미화하려는 건 아니다.
외롭고, 두렵고, 때로는 쓸쓸하다.
하지만 그래서 더 귀한 것들이 있다.

나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
진심으로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과의 느슨하지만 깊은 연결,
그리고 스스로를 응원하게 되는 어느 밤.

혼자는 나를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타인의 말보다 내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게 했고,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게 했다.

이왕 혼자라면,
조금 더 우아하게, 철학적으로, 나답게 살아보려 한다.
이 글은 그 여정의 기록이다.

혼자지만 괜찮다고,
혼자라서 오히려 멋있을 수 있다고,
누군가에게 다정하게 건네는 이야기.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혼자라면,
그 혼자의 시간을 조금 더 사랑해 주기를 바란다.
혼자라는 건 결코 부족하거나 슬픈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주체적인 삶의 한 형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