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차 〈거울 앞, 오늘도 혼잣말〉

『혼자여서 괜찮은 날들』

by 박동욱

요즘 혼잣말이 부쩍 늘었다.
처음엔 나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혼자 사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그런가.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는 날이면,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이 낯설고 어색하다.
그 어색함을 덜기 위해 나도 모르게 말을 건다.

“오늘 얼굴 괜찮은데?”
“야, 좀 피곤해 보인다.”
“머리 좀 잘랐어야 했나?”
“그래도, 나쁘진 않다.”

내가 나에게 건네는 말들.
아무도 듣지 못하고,
가끔은 나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 그 순간,
나는 나를 위로하거나 다그치고 있었다.

거울은 정직하다.
사람들이 떠나고 시간이 흘러도
거울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그리고 나는 그 거울 앞에서
매일의 나를 마주한다.

혼잣말은 외로워서 하는 게 아니다.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무엇보다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하는 의식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세수를 마친 뒤,
거울 속 나에게 묻는다.
“오늘은, 괜찮아?”
조금 지쳐 보일 땐 “오늘만 버티자.”
뭔가 잘 해냈을 땐 “역시 너, 멋져.”

누가 보면 웃을지 모르지만
이 말들 덕분에
나는 많은 밤을 견뎌냈고
많은 새벽을 무너지지 않고 맞았다.

사람들은 혼잣말을 이상하게 본다.
쓸쓸하고 외로운 사람의 상징처럼 여긴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한다.
“혼잣말은 내 삶의 대본이야.”

그건 어쩌면
타인과의 대화보다 더 진실하다.
타인과의 말은 포장되고 편집되지만,
혼잣말은 날것의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다.

예전엔 혼잣말도 날카로웠다.
“아, 왜 이렇게 못났지?”
“넌 늘 그래. 기대도 안 돼.”

하지만 이제는 그런 말들을 조심한다.
내가 나에게 너무 가혹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무심했던 시절,
타인의 말 한마디가 나를 무너뜨렸다.
“그 나이에 그 정도면…”
“혼자 사는 거, 외롭지 않아?”

그 말들이 나를 아프게 찔렀다.
하지만 혼잣말로 스스로를 감싸기 시작하면서
나는 조금씩 단단해졌다.

혼잣말은 상처를 안에서 봉합하는 일이다.
아무도 모르게,
천천히, 조용히.

가끔은 내가 나를 키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남들에겐 평범한 하루가
나에겐 작은 전쟁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런 날들 속에서도 버텨준 나에게
나는 늘 고맙다고 말한다.

거울 앞, 오늘도 나는 혼잣말을 한다.
“그래도 너는 오늘도 잘 해냈어.”
그 한마디가 전부였다.
누구의 칭찬보다 진한 위로였고,
누구의 인정보다 오래 남는 울림이었다.

누군가는 묻는다.
“혼자서 계속 그렇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말없이 웃고, 속으로 혼잣말한다.
“응, 생각보다 괜찮아. 나, 꽤 잘 살고 있어.”

혼잣말은 철학이다.
말이 외부를 향하면 영향력이 되고,
내부를 향하면 정체성이 된다.
내가 어떤 언어로 나를 부르느냐에 따라
내 삶의 방향도 달라진다.

그래서 이제는 단어를 고를 때 조심한다.
나를 칭찬할 때도,
나를 다그칠 때도,
되도록 따뜻한 말을 쓴다.

왜냐하면,
나는 나와 평생 함께 살아야 하니까.
그 누구보다 나를 오래 알아야 하고,
그 누구보다 나를 오래 돌봐야 하니까.

오늘도 거울 앞에서,
혼잣말을 한 줄 더 쓴다.
“넌 아직 괜찮아. 아니, 꽤 멋져.”
그리고 그 말을 듣고,
나는 미소 짓는다.

세상이 몰라도 괜찮다.
이 한 문장만으로 충분하다.

‘내가 나를 알아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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